제 발로 모화관으로 들어선 동이와 그런 동이가 청나라로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숙종. 다양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동이의 활약에 그에 상응하는 존재감이 점점 살아나는 상황 속에서 숙종과 동이의 관계를 시기하는 옥정은 <동이>를 극적인 재미로 이끌고 있습니다.

동이의 탁월함과 연적이 되어버린 옥정

1. 사건 해결 능한 동이는 조선시대 셜록 홈즈

대범함을 넘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동이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기겁을 합니다. 도망을 보내기 위해 배편까지 준비한 천수에게는 동이의 서찰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고, 동이를 걱정하는 숙종에게는 자신이 스스로 모화관으로 들어가겠다는 전갈만 전해집니다.

동이가 스스로 모화관을 찾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청나라 태감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나아가 자신의 속마음까지 들어다보는 동이가 두려울 정도였죠. 그런 동이가 놀라운 사실과 중요한 제안을 합니다.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던 김윤달이 살아 있다는 것이었죠.

오작인이었던 아버지에게 어린 시절부터 듣고 배웠던 기술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의심해야만 하는 감찰 나인으로서 죽은 자가 말을 한다는 진리를 믿고 주검을 검시한 동이는 중요한 단서를 찾게 됩니다. 우선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시체는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합니다.

날카로운 눈썰미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추리력을 발휘한 동이는 김윤달이 백반증이 있었음을 기억해내고 죽은 시체에서 흰색 반점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음이 중요한 첫 번째 증거였습니다. 두 번째는 죽기 전 이미 목 뒤에 깊은 상처를 당해 절벽 위에서 떨어진 증거들은 중요한 단서로 지적되었습니다.

과학수사에 입각한 증거들은 동이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집니다. 삼일 안에 범인을 찾을 수 있다면 모든 것들은 정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감찰부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정상궁에게 급하게 조언을 구해 김윤달의 유서를 찾아내고, 정상궁은 필체 감정을 잘하는 정음을 불러 들여 확실한 증거를 찾게 됩니다.

향후 전개될 동이의 인생에 가장 커다란 힘이 되어줄 황금 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지요. 이미 많은 남자들이 동이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던질 용의가 있었지만, 정작 같은 여자로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녀를 응원해줄 이들이 없던 상황에서 정상궁과 정음은 동이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인물들입니다.

동이로서는 모든 사건을 해결했지만 정작 김윤달을 잡지 못한다면 태감과 함께 청으로 가야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운명은 동이 편에 서서 그녀의 앞길을 탄탄하게 다져주게 되지요.

동이가 모화관으로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하고 김윤달을 청으로 밀항시키려는 장희재는 그 일을 천수에게 맡깁니다. 동이를 궁지로 몰아넣은 주범을 자신이 안전하게 도피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당연하게도 결정적 순간 관군들이 그를 찾고 있음을 감지하고 김윤달의 정체를 알아낸 천수는 자연스럽게 관군에게 범인을 넘깁니다.

동이가 홀로 사건을 파해 치는 과정 속에서 숙종과 대신들의 대립은 극단적으로 치닫기만 합니다. 궁녀를 내주고 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대신들과, 잘못한 것 없이 자신의 일을 잘 수행한 궁녀를 내줄 수는 없다는 숙종 간에는 넘어설 수 없는 근본적인 철학의 간극이 존재했습니다.

당당한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숙종과는 달리 현실적인 순종주의자들 간의 시각차는 클 수밖에는 없는 법이지요. 군사력의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속국이 아닌 당당한 주권국으로서 자국민을 우선하는 숙종의 모습은 후대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통치 철학'이기도 하지요.

특히나 대한민국 권력자들과 외교관들의 자국민 비하와 하대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의 기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숙종의 통치 철학은 잘 이야기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대립 상황에서 숙종은 결단을 내립니다. 왕을 호위하는 금군들을 보내 동이를 모화관에서 빼내오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지요. 이는 청의 극심한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전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말입니다.

신하들이 일개 궁녀라고 바라보는 시각과는 달리, 숙종의 일개 국민마저 보호할 수 없는 나라라면 의미가 없다는 강경한 태도는 부국강병의 초석임이 분명합니다. 다행히 이미 범인을 잡은 시점에 서종사관에게 보고를 받은 숙종은 대신들과 태감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됩니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숙종은 연회를 베풀고 그 자리에 동이도 참석하게 합니다. 이미 동이와 숙종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목격했던 옥정으로서는 마냥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을 위한 자리라고만 생각했던 그에게 동이는 불청객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그런 상황들은 숙종이 후궁첩지라는 커다란 선물을 하사하며 종료됩니다. 옥정이 그토록 원했던 후궁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 모든 것들을 가졌다는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지요.

2. 옥정의 후궁 첩지와 격해질 동이에 대한 핍박

조선 시대 왕들을 다룬 숱한 사극들에서 보여 진 그들의 모습은 근엄하고 냉철함이 주를 이루었었습니다. 이병훈 피디의 전작인 <이산>에서 정조를 따뜻한 인물로 그려지기도 했었죠. <동이>에서 보여 지는 숙종은 과거 정조의 무거움마저도 벗어던지고 발랄하기까지 한 인물로 승화시켰습니다.

따뜻함과 한없는 즐거움에 정치에 능한 임금으로 그려지는 숙종은 어쩌면 가장 위대한 임금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권력을 탐하고 그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냉철하고 무서운 인물일지는 모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유쾌한 그는 성군이 아닐 수 없지요.

더욱 자국민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그의 통치 철학은 중요한 가치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강력한 청나라에 굴욕적인 모습보다는 대등한 입장에서 통치하려는 숙종의 의지는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일맥상통하니 말이지요. 자국 땅마저도 빼앗아가려는 이웃 국에 한마디 말도 못하는 현 정부와는 너무 비교되는 통치 철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개 감찰 나인인 동이를 사과를 하기 위해 자신의 처소로 불러들이는 것이나, 옥정과 동이에게 깜짝 이벤트를 개최하는 장면들은 숙종을 조선시대 최고의 '이벤트 가이'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지요. 부드러움과 강함을 모두 지닌 매력적인 왕이 이런 이벤트까지 개최한다면 당연하게 황홀할 수밖에는 없겠죠.

옥정이 후궁으로 첩지되며 일대 혼란을 예고했습니다. 필사적으로 옥정의 후궁을 막으려던 명성대비와 인현왕후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명성대비가 숙종을 압박해 후궁첩지를 되돌려 놓으려 하겠지만 이미 회임을 한 옥정이 후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일로 인해 인현왕후가 폐위되고 옥정이 희빈이 되면서 <동이>는 본격적인 재미로 들어서게 됩니다.

장희빈과 장희재의 활약이 도드라지며 남인과 서인 간의 세력 다툼은 교묘하지만 익숙한 재미를 던져줄 듯합니다. 동이를 좋아하는 숙종을 견제하기 위한 옥정의 핍박은 점점 심해질 것이고, 자신의 일에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는 동이를 없애기 위한 희재의 노력은 더욱 정교해지겠지요.

항상 웃기만 하던 동이가 이런 핍박 속에서도 여전히 명랑한 모습을 견지하며 모진 고난들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겨낼지 기대됩니다. 극의 흐름이 정교하지 못하고 어설픈 것은 사실이지만 익숙한 내용들이 극의 중심으로 들어서며 보다 탄탄해지는 내용들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듯합니다.

더 이상의 상상이 아닌 사실에 입각한 고증과 사건 전개는 그만큼 정교한 이야기로 등장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지요. 자신들의 캐릭터에 익숙해져가는 등장인물들과 흥미진진해지는 내용들로 인해 드라마의 재미는 배가 될 듯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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