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여야가 2018년도 예산안 합의과정에서 내년 누리과정 어린이집 비용 2조586억 원을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법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5일자 조선일보 보도.

5일자 조선일보는 <누리과정 어린이집 2조, 이젠 국고서 전액 지원>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내년도 누리과정 총예산은 유치원 1조8341억 원과 어린이집 2조586억 원 등 총 3조8927억 원"이라면서 "이 가운데 유치원 비용은 기존대로 시도교육청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 2조 586억 원은 모두 국가가 부담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올해의 경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총 2조875억 원 가운데 8600억 원(약41%)만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1조2275억 원은 지방교육청이 부담했다"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전액 국고로 부담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도록 한 것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라면서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을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해 2022년에 완성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필요 예산 약 2조 원은 현재 내국세의 20.27%로 고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인상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은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인상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왔다"고 보도했다.

이날 조선일보 보도는 얼핏 보면 단순히 협상결과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갈등 상황을 예측하는 기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문 대통령의 교육지원 강화 정책이 마치 국고를 낭비하고 새로운 갈등을 조장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러한 갈등 부추기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먼저 누리과정 예산문제다. 조선일보는 마치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국고 지원을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인 것처럼 기술했다. 조선일보는 이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합의했다고 했는데, 사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여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관련 법상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소관 부처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아교육법 제2조에 따르면 '유치원'은 유아의 교육을 위해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 즉 유치원은 교육부의 소관이다. 반면 영유아보육법 제2조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보육하는 기관으로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누리과정 유치원 예산을 지방교육청이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어린이집 예산을 부담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도 박근혜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겼다. 법적 근거가 없자, 시행령 재정을 통해 누리과정의 법적 근거까지 신설했다. 물론 이는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법적 시행령이다. 결론적으로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의 국고 지원은 여야 합의에 의한 결과물로 볼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정상화 된 것으로 보는 게 이치에 맞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이를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고교 무상교육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는 것은 법적 하자가 없는 조치다. 또한 교부율을 인상해 예산을 집행하면 지방교육청에 재정부담을 지우지도 않으며, 조선일보가 말한 학령인구 감소 상황 부분의 경우 상황에 맞춰 교부율을 조정하면 되는 문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