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구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 대표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가운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홍준표 대표는 대구에서 열린 '영남일보 2018 지방선거 아카데미' 특강에서 "지금까지 대구에 내려올 기회가 4번이나 있었지만 못 내려왔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내려오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현재 대구에 당협위원장 자리가 2곳 비어있다"면서 "당무감사 결과가 발표되고 교체 대상 당협위원장이 정리된 뒤 당 조직강화특위에서 '달서구병'이나 '북구을' 당협위원장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연합뉴스)

홍준표 대표의 대구행 결정은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의원직에 재도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경남도지사로 재직하다가 지난 5·9대선에 출마했고, 이후 원외에서 자유한국당 대표를 맡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년 대구·경북 지방선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지만 원외 당 대표로서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어왔기에 의원직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친박청산의 일환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친박 맏형' 서청원·'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 등에게 출당 권고를 할 때 원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홍 대표가 원내에 들어가야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준표 대표는 "당 차원에서는 TK를 다지고, 개인적으로도 정치적 기반을 다진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면서 "대구는 후방기지로, 후방기지가 튼튼해야 수도권에서도 약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가 대구를 새 거점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먼저 제1야당의 홍 대표가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격전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자유한국당이 열세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홍 대표가 반등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 때 홍준표 대표가 서울 송파을에 출마할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기도 했다. 송파을은 국민의당 최명길 최고위원이 5일 선거법 위반으로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홍 대표의 자택이 송파에 있는 만큼 송파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송파을의 경우 특정 정당에 유리하지 않은 중립지대라는 점에서 홍 대표가 기선제압을 해주기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홍준표 대표가 대구에서 출마한다고 해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대구는 현재 보수성향 유력 정치인들의 '몰락'의 장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경기 부천과 지자체장을 지낸 경기도를 버리고 대구로 향했다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에게 대패했다.

홍준표 대표의 대구행을 지역구도에 매몰된 낡은 정치 프레임으로 보고, 실패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김종필 전 총리가 창당했던 자유민주연합은 1995년 50석에서 2000년 17석으로 축소됐고, 2004년 총선에서는 김 전 총리가 자신을 비례 1번에 넣고도 당선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녹색당은 4일 논평에서 "홍준표 대표는 예전에도 대구에서 본인의 정치적 인생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 바, 녹색당은 홍 대표의 결심을 환영한다"면서 "그는 김종필의 길을 따라가고 있으니 남은 건 정계 은퇴, 양김 정치인의 종언"이라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자유한국당은 대선 참패 이후 혁신을 내걸었으나 기껏해야 감옥에 있는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이미 정치적 생명을 잃은 친박청산을 외치는 수준"이라면서 "정당 혁신을 통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박정희의 영정을 당사에 걸었고, 대구경북을 찾았다"고 꼬집었다.

녹색당은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민주화 이후 30년이 흘렀다"면서 "결국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출현해 야권이 분열되었음에도,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과 제1당의 지위를 잃었다"고 전했다. 이어 "녹색당은 김종필과 김문수의 길을 쫓고 있는 홍준표의 행보를 환영한다"면서 "대구 시민들이 홍 대표의 정계은퇴를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제 모래시계 검사의 시대는 갔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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