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라인업

[피치액션 l 안경남]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에겐 아찔한 승리였다. 상대 수비수의 퇴장 속에 일찌감치 3-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내리 두 골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경기는 3-2 바르사의 승리로 끝이 났고, 이제 다음 주로 예정된 바야돌리드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2년 연속 라 리그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4-3-3 시스템을 사용한 바르사는 최근 비야레알과 테네리페전에서 좋은 콤비를 선보인 보얀-메시-페드로 쓰리톱을 가동했다. 보얀과 페드로가 측면에 넓게 배치됐고, 메시는 중앙에서 최전방과 중원을 오가며 바르사의 공격을 이끌었다.

세비야는 포메이션에 다소 변화를 줬는데, 올 시즌 즐겨 사용하던 4-4-2에서 4-4-1-1 시스템을 들고 경기에 나섰다. 최전방에 루이스 파비아누가 배치됐고 그 뒤를 프레데릭 카누테가 보좌했다. (카누테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꾸준히 견제했다)

바르사의 전반은 한마디로 완벽했다. 올 시즌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는데, 경기를 지배했을 뿐 아니라 위협적인 찬스를 수차례 만들어냈다. 우승을 향한 바르사 선수들의 집념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반면 세비야의 포백은 바르사에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중앙에서 메시가 좌우로 움직이며 세비야의 수비를 흔들었고 그 틈을 좌우에 배치된 페드로와 보얀이 파고들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보얀과 페드로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즉 풀백과 센터백 사이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세비야의 수비라인이 전체적으로 너무 깊게 위치한 것도 문제였다. 두 명의 센터백은 메시가 볼을 잡을 경우, 전진을 통해 견제를 시도했지만 그 뒷공간을 페드로와 보얀에게 내주며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중앙 미드필더 역시 지나치게 수비라인 깊숙이 내려오며 샤비와 부스케츠가 자유롭게 볼을 소유하도록 했다. 그로인해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바르사의 중원은 비교적 쉽게 전방으로 볼을 연결할 수 있었다.

반면, 바르사는 세비야의 장점인 측면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막스웰-케이타-보얀이 짝을 이뤄 헤수스 나바스를, 알베스-샤비-페드로가 디에고 카펠을 원천봉쇄했다. 이들은 나바스와 카펠이 볼을 잡을 경우, 삼각형을 형성해 압박을 가했다. 이처럼 케이타와 샤비는 측면 수비에 적극 가담했는데, 이들이 측면 지원에 나섰음에도 바르사는 중원에서 숫자가 부족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르사가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를 리드했기 때문이다.

바르사의 좌우 풀백 또한 매우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특히 다니엘 알베스는 전반에 거의 윙어처럼 공격에 나섰는데, 페드로가 중앙으로 파고들며 세비야의 풀백을 유인하면 이대일 패스를 통해 그 공간을 파고들었다. 몇 차례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기도 했지만, 알베스의 오버래핑으로 인해 카펠을 묶어둘 수 있었다. 오른쪽의 알베스가 직선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했다면, 왼쪽의 막스웰은 다소 중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메시의 선제골을 이끌기도 했는데, 중앙으로 파고들며 시도한 칩샷은 메시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줬다.

▲ konko퇴장 이후

경기의 흐름은 후반 57분 세비야의 우측 풀백인 압둘라이 콘코가 퇴장 당하며 더욱 바르사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페드로의 세 번째 골이 터지며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너무 일찍 많은 점수 차가 난 것이 문제였다. 승리를 예감한 바르사의 움직임은 이후 급격히 둔해졌는데, 세비야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 골을 연속해서 뽑아내며 분위기는 180도 뒤바뀌게 됐다. 카누테가 바르사의 수비라인을 무너트리며 한 골을 만회하더니, 이어진 프리킥 찬스에서 재빨리 볼을 이어받은 파비아누가 노마크 찬스에서 한 골을 더 성공시키며 2-3으로 바르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바르사는 수적 우위에 있었지만, 10명의 세비야 보다 더 지쳐보였고 아슬아슬한 낭떠러지를 걷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세비야는 11명이 뛸 때보다 더 좋은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측면에 있던 나바스와 카펠이 중앙으로 간격을 좁히며 바르사의 중앙 침투를 차단함과 동시에 최전방에 있던 파비아누가 미드필더 진영에 내려와 직접을 볼을 잡고 카누테와 측면에 볼을 전달하면서 공격 전개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한 교체 투입된 마리우스 스탄케비시우스의 롱 스로인은 수적 열세에 놓인 세비야에게 위협적인 공격 루트를 제공했다. (그는 마치 스토크 시티의 로리 델랍과 같은 로켓 스로인을 선보였다)

물론 세비야의 움직임도 좋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바르사가 3-0으로 앞선 이후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반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후반 들어 급격히 체력이 저하된 점도 바르사가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세비야에게 고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올 시즌 ‘무적’ 바르사의 문제점 중 하나였다. 해외축구블로거 <ZonalMarking>은 “바르사는 올 시즌 환상적인 전반전을 두 번 선보였는데, 그것은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과 이번 세비야 원정이다. 두 경기의 공통점은 전반에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뒤 후반 들어 체력저하로 인해 급격히 무너진 것”이라며 바르사가 시즌 막판 주전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르사는 아스날 원정에서 전반에 2-0으로 앞서며 대승을 거두는 듯 했으나 후반에 두 골을 내주며 2-2로 무승부를 거뒀고, 이번에도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두 골을 허용하며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바르사가 세계 최고의 클럽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시즌 내내 똑같은 체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바르사의 스쿼드는 꽤 두터워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바르사에서 리오넬 메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는 샤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제라드 피케와 알베스가 빠졌을 때도 바르사는 전체적인 팀 밸런스에 문제점을 보였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로테이션 시스템을 과감히 실시할 수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바르사에게 남은 경기는 바야돌리드와의 홈경기뿐이다. 세비야 원정에서 예상 밖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끝내 승리를 거뒀고 그로인해 리그 우승에 더욱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 바르사의 리그 우승을 장담할 순 없는 상태다. 하지만, 바르사의 리그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 또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축구전문블로그 피치액션(http://pitchaction.com)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의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축구광(蹴球狂)시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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