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2009-1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첼시의 4년 만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했던 순위 다툼 속에 첼시가 우승을 차지하고, 맨유가 모처럼 쓴맛을 본 반면 토트넘이 새로운 빅4에 가담하고 리버풀이 몰락하는 '엇갈린 희비'가 눈에 띄었던 한 시즌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한국 축구의 자랑인 박지성(맨유)과 이청용(볼튼)의 활약상은 올 시즌 유럽 축구에 관심이 많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마지막까지 깊은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마지막 경기에도 골을 집어넣으며 '유종의 미'를 과시한 박지성이나 올 시즌 처음 잉글랜드에 진출해 팀내 최고 선수로 자리매김한 이청용이나 모두 정말 수고 많이 했던 한 시즌이었습니다.

출발이 주춤했던 박지성은 부상에서 막 회복한 2,3월에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면서 상승세를 탔습니다. 이전까지 부상을 비롯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나간 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평을 들으며 입지가 줄었던 박지성은 2월 1일,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점차 출전 기회가 늘더니 3월 AC밀란(이탈리아)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득점을 기록하고, 또 3월말 리버풀전에서 결승골을 작렬하며 강팀 킬러로 부상했습니다.

특히 박지성은 주포지션인 측면은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선발 출장해 공격적인 면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또 한 번 진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공격의 적극성에서 한층 돋보였으며, 패스 타이밍이나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한층 좋아져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팀의 마지막 골까지 성공시킨 박지성은 4골-1도움으로 무난한 활약을 보이며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현지 적응이 우선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이청용은 시즌 초반부터 팀 분위기에 잘 적응해 꾸준히 좋은 활약상을 보이면서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습니다. 입단 한 지 두 달 만에 버밍엄시티 전에서 개인기를 앞세운 데뷔골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고, 골이나 도움을 기록할 때마다 팀 승리로도 이어지며 그야말로 '승리를 부르는 남자'로 각광받았습니다. 시즌동안 5골-8도움을 기록했고,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도 두차례나 기록하는 등 데뷔해에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이청용은 팀내에서도 큰 박수를 받으며, '올해의 볼튼 선수상,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올해의 이적 선수상', '올해의 톱3상' 등 팀에서 주는 각종 상을 휩쓸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성과를 놓고 보면 이청용의 2009-10 시즌은 그야말로 대단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들에게도 아쉬움이 남기는 했습니다. 박지성은 두차례 부상으로 지난해보다 14경기 적은 26경기에 출전하는데 만족해야 했고, 소속팀 역시 리그 4연패에 실패한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됐습니다. 또한 이청용은 지난해 K-리그에서 뛰다 곧바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해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시즌을 보냈고, 그 때문에 시즌 막판에 두달간 다소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이며 추가적으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축구 종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해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린 두 남자의 활약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 하고도 남았습니다. 이들의 가치도 상승해 박지성은 바이에른 뮌헨, 이청용은 리버풀로부터 러브콜을 받거나 이적설이 떠도는 등 현지 언론, 팬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지에서 인정받고,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들을 높이 평가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입니다.

이제 그들 앞에 남아있는 또 하나의 큰 도전, 월드컵이 다가왔습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축제,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은 물론 이들의 가치도 더욱 높아져 더욱 주목받는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로 또 한 번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들의 월드컵 본선에서의 활약을 눈여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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