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난민이 있어요. 여러분의 관심이 난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미디어스=안현우 기자] 이른 아침, 바쁜 인파들 속에서 홍보지를 나눠주며 행인들에게 난민 알리기 캠페인을 하고 있는 앳된 얼굴의 학생들. 이들은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연합 동아리로 국내 체류 중인 난민들과 해외 난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새벽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지하철역에서 피켓을 들고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국제 난민이라고 하면 먼 나라 얘기로 인식되지만 우리나라에도 난민이 살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일대에 터를 잡고 있는 줌머인이 그들이다. 이들은 방글라데시 동남부 치타공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인구 65만 명의 소수민족으로 방글라데시 전체 인구의 0.7%에 불과하다.

줌머인들이 난민으로 살아가게 된 계기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벵갈인들이 지역, 인종, 종교, 문화 등이 달라 국가적 분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살인, 납치, 고문, 강간 등 각종 학살과 인권범죄 등으로 이들을 탄압하면서 줌머인들의 본격적인 난민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휴먼 아시아 봉사 동아리 학생들이 줌머족 2세대들의 공부 지원과 난민 인권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줌머족의 학구열은 대한민국 엄마들을 능가한다(휴먼 아시아 제공 사진)

사단법인 휴먼 아시아는 줌머족을 포함한 국제 난민 알리기와 지원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난민 옹호 활동, 인도지원 사업, 교육활동, 재능기부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인권옹호 활동은 빈곤, 내전, 종교분쟁, 인신매매, 강제노동, 성 착취, 난민 및 이주문제 등의 인권이슈를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인도지원 사업은 2008년 베트남에서부터 시작된 사업으로서 지진으로 고통 받던 네팔 지역 긴급구호활동이나 물품 전달, 후원금 모금 행사, 라오스 남부 한센인 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운영비를 지원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연구 활동은 인권 스쿨, 워크숍, 컨퍼런스 등 각종 교육과정을 통해 국내 청소년들에게 난민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고 학습시키는 활동으로 구성된다.

재능 기부는 자원봉사 동아리 학생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이들은 맞벌이 부모의 부재나 어려운 환경으로 학습 환경이 열악한 난민 2세대들에게 외국어나 한국어, 특정 과목 등의 학습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난민들의 실상을 홍보하면서 본인들도 배우고 보람을 느끼게 됐다는 학생들의 수줍은 미소는 보는 사람도 절로 웃게 하는 힘을 가졌다. 학생들은 이미 재능 기부를 통해 가정과 학교에서 배운 대로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일군의 줌머족들은 자신들에 대한 관심이 재정적인 지원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들의 목적은 줌머족에 대한 탄압의 심각성과 방글라데시에서의 자치권을 회복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난민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독립을 인정받고 싶은 소수민족의 강한 소망을 엿볼 수 있다.

유럽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난민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아직은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자발적인 봉사에 의존하고 있지만 국제난민에 대한 인권과 연대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일제시대, 나라 없는 설움을 몸소 겪었던 할아버지 세대와 국제사회의 원조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 온 베이비붐 세대에서 국가와 민족을 아우르는 연대의 기억은 끊기고 있지만 새로운 세대들은 연대의 중요성과 가치를 이미 ‘실천’으로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휴먼아시아는 세계인권선언문이 지향하고 있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 열린 아시아, 인권이 존중되는 아시아를 실현하고자 인권 보호 체계의 수립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 형태의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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