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09년 SBS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이른바 '논두렁 시계' 리포트가 명확한 확인절차 없이 보도된 것으로 드러났다. SBS는 '논두렁'이라는 표현을 취재원의 발언에서만 확인했으며 '논두렁' 표현을 사용한 타 언론사 취재 기자들 역시 별도의 검증없이 SBS의 보도를 보고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SBS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 진상조사위원회는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보도경위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논두렁' 표현에 대한 출처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며 "당시 취재기자는 '논두렁' 표현을 검찰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시계를 버린 사실은 추가 취재로 확인했지만 '논두렁'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해 최초 취재원 이후에 특정해 확인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2009년 5월 13일 SBS뉴스 '논두렁 시계' 보도 장면 (SBS뉴스 캡처)

이어 진상조사위는 "'논두렁'이라는 단어를 언급해 관련 기사를 쓴 언론사 기자 3명과 접촉해 확인했다"며 "1명은 '검찰이 기사 내용을 부인하지 않아 그대로 썼다'고 했고 2명은 '확인이 잘 되지 않아 맞을 것으로 보고 썼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위는 "검찰 외에 다른 관계자 취재가 부실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이런 관행을 치열한 취재 경쟁 속에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진상조사위는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에 대한 의혹 자체는 명백하게 규명되지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이번 조사가 언론이 지금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는 검찰발 수사 속보와 단독 보도의 취재 관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제언했다.

당시 SBS 사장이었던 하금열씨와 보도국장이었던 최금락씨는 진상조사위의 조사를 거부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지난 10월 23일 보도자료에서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하여 노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양숙 여사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상조사위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경우에도 '심증'만 제시했을 뿐 아무런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현재 국정원 개혁위 조사를 거부하고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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