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흥국이 2011년 MBC 라디오 <두시만세>에서 하차한 이유가 드러났다.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띤 연예인들을 쫓아내기 위한 ‘물타기용’이었던 것이다. 다시금 소문이 사실로 밝혀졌다. 김흥국은 당시 퇴출에 항의하며 MBC 앞에서 삭발도 하고 1인 시위도 했었는데, 그럴 때에도 보수의 상징 중 하나인 해병대 군복을 입었던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당시는 김미화 등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블랙리스트에 의해 제거되던 시점이었다. 즉, 진보에 대한 보수정권의 무차별한 보복이 가해지던 때였는데 연예계에서도 대표적인 보수지지자인 김흥국이 퇴출을 당한다는 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 상황이어서 물타기용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그 내막에는 웃지 못할, 어처구니없는 물타기라는 공작전술이 숨어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가수 김흥국씨가 2011년 6월 13일 서울 여의도 MBC본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미디어스

지난 9년 MBC와 KBS 등 소위 공영방송사에서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김제동, 김미화, 윤도현 등이다. 이들은 간헐적으로 SBS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외압의 논란을 낳으며 인기에 비해 방송 출연은 대단히 제한적이었다.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했지만 시청률이라면 영혼도 판다는 방송사가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을 출연시키지 않는 이유를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문의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김제동의 경우 JTBC <톡투유>를 진행하면서 더 단단한 인기를 쌓았고, 김흥국 또한 조세호의 불참유행에 힘입어 예능 치트키로 떠오르며 인기를 구가했다. 결국 방송인들의 방송출연은 정치성향이 아닌 대중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당연한 결론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것을 억지로 바꾸려 할 때 오히려 반발로 인한 역효과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타기용 퇴출 연예인을 끼워 넣을 정도로 치밀했던 정권의 연예공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연예인 퇴출은 결과적으로 정반대의 현상을 낳았으니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스타는 대중이 아니라 정권이 만들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상황이다.

MB정부 국정원 문화·예술·연예계 '블랙리스트'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근래 국정원 적폐청산TF와 검찰수사로 인해서 지난 정권 국정원의 초라한 몰골이 모두 드러나고 있지만, 국내정치 개입을 넘어 연예계까지 침투한 공작은 분노에 앞서 수치감을 안겨준다. 국가정보원의 고급인력들이 연예인 몇 명을 퇴출하기 위해 심지어 물타기용 희생양까지 동원하는 꼼수를 동원했다는 사실에 밀려드는 부끄러움은 이번에도 국민 몫인 것이다.

한편, 대놓고 보수를 지지했던 김흥국은 자신을 물타기용으로 이용한 보수정권에 대해 “일방적 기사다. 지금 와서 할 말이 없다”는 심정을 밝혔다고 하는데, 이에 아직도 보수를 지지하는지 궁금하다는 대중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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