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009-1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는 첼시가 가져갔습니다. 4년 만의 정상 등극을 노렸던 '푸른 제국' 첼시 FC가 10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리그 최종라운드 위건 어슬래틱과의 경기에서 8골을 몰아넣는 엄청난 저력을 과시하며 8-0 대승을 거두고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같은 시각,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는 등 분전을 펼치며 4-0 완승을 거뒀지만 첼시의 압승으로 준우승에 만족해 사상 첫 4년 연속 우승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이로써 마지막 라운드에서 양 팀의 희비는 엇갈렸고, 길고 길었던 우승 경쟁 역시 마침표를 찍게 됐습니다.

▲ 4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정상을 차지한 첼시 FC (사진= Picapp)
4년 만에 우승한 첼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팀들을 압도하는 기록을 남기며 기분 좋은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디디에 드로그바가 26골을 집어넣으며 득점왕을 챙겨간 가운데, 팀득점만 무려 103골을 넣으며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32골을 허용해 28골을 허용한 맨유보다 4골을 더 허용했지만 득실차만 +71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기며, 공수에서 상당히 안정된 전력으로 우승했음을 기록상으로도 드러내 보였습니다.

숱한 어려움이 있었고,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 역시 일찌감치 좌절돼 아쉬움이 있었던 첼시는 신임 감독인 '우승청부사'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지휘 아래 안정된 전력을 과시하며 시즌 내내 우승을 향한 순풍을 이어나갔습니다. 잉글랜드에서 처음 감독직을 맡은 안첼로티 감독은 팀의 화합과 전술적인 부분에서 모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패배주의에 젖었던 첼시를 다시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상대팀에 따라 선수들의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전술을 적응이 어느 정도 끝난 시즌 중반 이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전술적인 면 외에도 안첼로티 감독은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빼어난 선수 관리를 통해 거의 틈이 보이지 않는 팀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 덕에 디디에 드로그바가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면서 '강력한 팀'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탈락으로 잠시 아픔은 있었지만 리그와 FA컵은 반드시 가져오자는 동기 부여가 있었고, 선수들의 단결력 역시 지난해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 이후 더욱 공고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팀 경기력, 조직력은 물 샐 틈 없는 수준으로 변화해 갔습니다. 그 덕에 우승 경쟁을 벌이던 맨유와의 원정 경기에서 2-1 승리를 챙길 수 있었고, 포츠머스전 5-0, 애스턴빌라전 7-1, 스토크시티전 7-0에 이어 최종전이었던 위건전 8-0까지 3월말 이후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부치는 경기를 잇따라 선보이며 크게 앞서나갈 수 있었습니다. 첼시의 우승은 그래서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단의 의지가 잘 조화를 이룬 '유쾌한 우승'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고개를 떨군 맨유의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 (사진- Picapp)
비록 4년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맨유의 선전도 충분히 박수를 보낼 만 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걸출한 스타를 스페인으로 보내고, 이렇다 할 대형 선수 영입 없이 한 시즌을 보낸 것 치고는 나름대로 최소한의 자리는 지켜내면서 한 시즌을 마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물론 우승하지 못하고 끝낸 것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겠지만 주축 선수 부상, 재정과 관련한 팀 내외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악재를 딛고 거둔 값진 성과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고 교훈을 얻은 한 시즌이었다고 봅니다.

지난해까지 맨유는 루니-호날두-테베즈 등으로 이어지는 빠른 기동력을 통한 막강 공격진으로 큰 재미를 봤습니다. 90분동안 쉴틈 없이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요소들을 골고루 종합해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를 펼치며, 3년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 테베즈가 빠지면서 맨유는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골을 노리는 ‘점유율 축구’를 지향했습니다. 자기 진영에서 공을 연결하다 선수 개인 혹은 2대1 등의 부분 전술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 기회를 엿보는 작전, 즉 볼 점유율을 극대화하는 전술로 바뀐 것입니다.

나름대로 이 점유율 축구는 시즌 중반까지 큰 경기에서 재미를 보며,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2의 호날두'로 불릴 만큼 개인기에만 능한 모습을 보였던 루이스 나니가 팀플레이에 눈을 떠 '진정한 제2의 호날두'로 맨유 전력의 핵으로 자리매김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 건씩 해내는 나니의 플레이는 맨유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맨유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미 3년 연속 우승을 통해 증명된 수비진 역시 맨유의 상승세를 이끌며 4연패를 향한 의지를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웨인 루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를 취한 공격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시즌 막판 중요한 순간에 덜미를 잡힌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루니는 시즌 내내 활발한 움직임과 순도높은 득점력으로 맨유의 상승세를 이끌어 왔습니다. 하지만 발목 부상이 그를 잡으면서 개인은 물론 팀 전체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부상으로 신음하던 루니의 대안으로 기대됐던 베르바토프는 토트넘 시절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올해 영입된 '원더 보이' 마이클 오언 역시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확실한 골잡이가 없었던 탓에 선두 경쟁의 분수령이었던 첼시전에서 패하고, 블랙번전에서 0-0으로 비기며 덜미를 잡히고 말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선전을 펼치며 최선을 다한 맨유이었지만 이번 아픈 교훈을 발판 삼아 확실한 골잡이 1-2명을 새롭게 영입하거나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첼시는 아직 FA컵 결승전이 남아있어 '더블' 달성도 노리고 있습니다. 한동안 맨유에 자존심이 짓밟혔던 첼시 입장에서 2010년은 꽤 유익한 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쨌든 지난해 8월부터 9개월간 잉글랜드를 뜨겁게 달궜던 프리미어리그는 3개월 뒤 2010-2011 시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변화가 많은 팬들을 설레게 할 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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