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당직자들에게 '막말 자제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막말로 정치권의 품위를 떨어뜨린 정치인이 홍 대표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과거 막말로 물의를 일으켰던 홍 대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란 얘기다.

3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홍준표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홍 대표가 주요 당직자들에게 원내대표 선거나 원내대표 후보들에 대한 공격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전날 홍준표 대표를 공격하는 친박 의원들을 비판한 강효상 비서실장, 이종혁 최고위원, 그리고 '홍준표 사당화' 공세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힌 장제원 수석대변인 사례 등을 염두에 둔 당부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홍 대표와 측근들의 발언이 '원내대표 선거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고 '당 대표가 계파 분란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자제령 발동의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막말 자제령'에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당직자들에 '막말 자제령'‥'확전 자제' 기류> 보도의 댓글에는 이 같은 네티즌들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포털 다음 뉴스 댓글란에 한 네티즌은 "너만 조심하면 된다"는 글을 남겼고, 또 다른 네티즌은 "너님부터 XXX 단속 하셔"라는 글을 남겼다. 네이버 뉴스 댓글란에도 "너나 잘해라", "본인이 막말하고선 갑자기 막말하지 말라는 것도 막말"이라는 비난글이 등장했다.

결국 홍준표 대표가 막말을 했던 전력이 스스로 발목을 잡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지난 5·9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은 뇌물정권"이라고 막말을 던졌고, 지난 2009년에는 민주통합당 추미애 의원에게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든지 배지 떼라"고 막말을 던지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TV토론에서 경쟁자였던 나경원 의원을 향해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고 비난했고, 2011년에는 질문을 던진 여기자를 향해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고 막말을 했다.

2012년에는 한 종편 언론사 경비원이 출입을 제지하자 "넌 또 뭐야. 니들 면상 보러온 게 아니다. 네까짓 게"라고 했고, 지난해 7월에는 자신의 경남도지사 사퇴를 요구하는 정의당 소속 도의원에게 "2년 간 단식해봐.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SNS에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 보수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29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나 의원은 "많은 분들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해주고 싶어도 대표님께서 말씀을 거칠게 하셔서 (지지하기 어렵다) 이런 얘기 좀 많이 듣고 한다"면서 "사실 대표께서 최근에 너무 어떤 절차 없이 대표 의중대로 모든 걸, 좀 당을 만드려는 의지가 너무 강하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은 "물론 대표 리더십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제 12월에 있을 원내대표 선거도 보통 당 대표는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것이 상식인데, 상식에 반해서 부당하게 개입하면서 또 너무 거친 언어로 이렇게 다른 후보들을 비판하고 하는데 이게 결국 자해행위"라고 꼬집었다.

나경원 의원은 "지금 홍준표 대표께서 말씀하신 부분, 제가 막말 얘기한 것은 암덩어리, 고름 이런 얘기"라면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감정적인 혐오감을 주는 말씀들"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홍 대표가 이렇게 우리 당 내에 자원도 많지 않은데 이렇게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우리 당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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