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5위’ 토트넘 핫스퍼가 꿈에 그리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확보했다.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일명 ‘챔피언스리그 결정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그들은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피터 크라우치의 결승골은 다소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내용에서 충분히 승리할만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던 맨시티는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를 배치했는데, 엠마뉘엘 아데바요르가 타겟맨 역할을 담당했고 카를로스 테베스가 그의 뒤를 받쳤다. (올 시즌 테베스는 원톱 보다 다소 처진 위치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좌우 측면에는 크레이그 벨라미와 아담 존슨이 위치했는데 오른발잡이인 벨라미는 왼쪽에, 왼발잡이인 존슨은 오른쪽에 배치됐다.

토트넘은 아스날과 첼시를 상대로 성공을 거두었던 시스템으로 다시 선보였다. (해리 레드냅 감독은 맨유전에서 갑자기 변화를 줬고, 1-3로 패한 바 있다) 가레스 베일과 베누아 아수-에코토가 좌측 라인을 형성했고 유베스 카불이 오른쪽 풀백에 위치했다. 윌슨 팔라시오스가 벤치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최근 좋은 호흡을 선보이고 있는 루카 모드리치와 톰 허들스톤이 중앙에 배치됐다. 장신의 크라우치는 로만 파블류첸코를 대신해 토트넘의 타겟맨으로 출동했다.

경기의 중요성 때문인지, 전반은 양 팀 모두 다소 긴장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아기자기한 패스게임이나 어떠한 전술적 특징 보다는 스피드와 피지컬을 이용한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축구가 펼쳐졌다. 대부분의 공격이 측면을 통해 이뤄졌고, 위협적인 장면 모두 코너킥과 같은 세트피스에서 터져 나왔다. 맨시티는 홈의 이점을 이용해 전반을 지배했지만, 원정팀 토트넘이 좀 더 효율적이며 득점에 가까웠다. 크라우치의 헤딩슛은 골대를 맞췄고, 레들리 킹의 헤딩 역시 골로 아쉽게 골로 인정되지 않았다.

전반에 맨시티는 토트넘의 측면 공격을 잘 막아냈다. 존슨은 평소 보다 깊게 위치하며 파블로 사팔레타를 도와 베일을 견제했고, 아론 레논이 위치한 오른쪽에선 (벨라미가 좀 더 전진하는 바람에) 가레스 배리가 웨인 브리지를 도왔다. 배리의 측면 수비가담으로 인해, 중원에 위치한 나이젤 데 용이 종종 혼자 남게 되는 위험이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토트넘이 이를 역이용하지 못했다. 모드리치와 허들스톤이 테베스를 견제하기 위해 수비지역 깊숙이 내려와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후반은 좀 더 공격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이는 맨시티에게 득점이 필요했기 때문인데,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존슨을 전진 배치시킴과 동시에 벨라미에게 좀 더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지시했다. 하지만, 그로인해 토트넘의 측면 공격은 더욱 쉬워졌다. 벨라미와 존슨이 전진하며 측면에 많은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후반 들어 벨라미와 존슨의 수비가담 횟수는 더욱 줄어들었는데, 이 때문에 맨시티의 좌우 풀백인 사팔레타와 브리지는 토트넘의 측면 콤비(레넌과 카불 그리고 베일과 에코토)에게 많은 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의 크라우치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 두 번의 결정적 찬스를 맞이했는데, 첫 번째는 베일의 전진패스를 받아 오버래핑에 나선 에코토의 땅볼 크로스가 간발 차이로 저메인 데포와 크라우치의 발 끝을 벗어난 것이며, 두 번째는 베일의 크로스가 크라우치의 머리에 완벽하게 연결됐으나 마튼 풀롭의 선방에 막힌 것이다.

모든 면에서 토트넘이 더 빨랐으며, 효율적인 공격을 펼쳤다. 맨시티는 배리마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불운을 맞이했는데, 배리를 대신해 들어온 패트릭 비에이라는 골이 필요한 맨시티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계속해서 맨시티의 측면을 허문 토트넘은 카불의 크로스가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오자 크라우치가 헤딩으로 재차 밀어 넣으며 굳게 닫혀 있던 맨시티의 골망을 흔드는데 성공했다. 다소 운이 따르긴 했지만 토트넘의 끈질긴 측면 돌파가 장고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은 장면이기도 했다.

이날 양 팀은 똑같은 4-4-2 시스템을 사용했다. 특히 최전방에 빅&스몰 투톱을 활용한 것까지 똑같았는데, 결과적으로 타겟맨의 활약에 승부가 갈리고 말았다. 아데바요르의 경우 킹과 마이클 도슨과의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으나, 크라우치는 콜로 투레와 빈센트 콤파니와의 헤딩 경합에서 승리를 거두며 결국엔 득점까지 연결시키는 만점활약을 펼쳤다. (파블류첸코 대신 크라우치를 투입한 레드냅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한 셈이다)

맨시티와 토트넘의 또 다른 차이는 측면이다. 맨시티는 좌우 측면에 주발과 반대되는 윙어를 배치했다. 그들은 주로 안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크로스를 올리기 위해선 접어야 했고 그로인해 크로스 타이밍이 계속해서 늦어졌다. (아데바요르가 공중볼에서 밀린데다 측면 윙어들의 크로스마저 부정확했다) 반면 토트넘은 왼발잡이는 왼쪽에, 오른발잡이는 오른쪽에 배치하며 크로스의 타이밍의 속도를 높였고,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테베스의 페이스가 떨어진 점도 맨시티의 공격이 부진했던 원인 중 하나다. 처진 공격수로 나선 테베스는 전반에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맨시티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그러나 후반들어 갑자기 움직임의 폭이 좁아지고 패스 성공률이 또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데바요르가 고립된 상황에서 테베스마저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자 맨시티의 공격은 토트넘의 수비를 제대로 위협하지 못했다.

맨시티의 실점 장면도 아쉬웠다. (비록 그 시발점이 된 크로스를 여러 차례 허용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지만) 벨라미가 재빨리 수비가담을 했지만 브리지가 중앙을 견제하기 위해 박스 안에 머물며 너무도 쉽게 크로스를 허용했고 결국 이것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당시 브리지가 중앙에서 견제할 선수는 없었다. 이미 비에이라가 들어와 커버를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카불이 드리블을 할 때 벨라미와 함께 커버를 했다면 최소한 무승부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하지만 결국엔 토트넘이 더욱 빛났고, 그들은 ‘별들의 전쟁’ 챔피언스리그에 나갈만한 충분한 실력을 보여줬다.

축구전문블로그 피치액션(http://pitchaction.com)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의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축구광(蹴球狂)시대'를 꿈꾼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