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9일 광주에서 환경미화원이 청소차 문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조성된 열악한 근무환경이 잇따르는 환경미화원 사망 사건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9일 광주에서 환경미화원 57세 노 모씨가 청소차 적재함 문에 머리가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노 씨가 차량에 적재된 쓰레기들을 창고로 내려놓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문을 닫으면서 발생했다. 광주에서는 2주 전에도 후진하던 청소차에 치여 환경미화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환경미화원 노동 문제를 제기해 온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서야 한다"며 "위험요소를 찾아내 하나씩 개선해야만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량 탑승은 현행법상 운전석 탑승을 제외하고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환경미화원들은 정해진 시간안에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발판과 손잡이에 의지해 청소차량에 탑승하고 있다.(JTBC뉴스 2015년 7월 3일 보도 캡처)

11년째 광주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중인 임가춘 씨는 30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통화에서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임 씨는 "저희가 3인 1조로 일하는 데가 있고 2인 1조로 일하는 데가 있다"며 "예산이 없다보니 인력을 충분히 뽑지 못하고 차량 구입을 못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근무환경이)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임가춘 씨는 29일과 2주 전 사망한 광주 환경미화원의 빈소에서 동료들이 "내 목숨은 파리목숨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건 개죽음 아니냐"는 얘기들을 했다고 현장 노동자들의 심경을 전했다.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은 "광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3만 5000명 환경미화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실태점검을 하고 위험요소를 개선해야만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길주 사무국장은 환경미화원들의 고용형태와 청소 차량의 위험성을 문제삼았다. 문 사무국장은 "환경미화원은 가로 환경미화원과, 생활쓰레기 환경미화원으로 크게 나눠져 있다"며 "가로 환경미화원은 구청 무기계약직이고 생활쓰레기 환경미화원은 위탁 형태로 되어 있다. 광주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사망사고는 위탁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라고 설명했다. 문 사무국장은 "대부분 환경미화원들은 50인 미만, 100인 미만 형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 파주시 환경미화원들이 지난 2월 8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시의 환경미화원 민간위탁 추진 철회와 직접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문길주 사무국장은 "환경미화원 차량이 굉장히 위험하다"며 "이번에 일어난 사고도 차량에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문 사무국장은 "제일 중요한 건 안전발판"이라면서 "현행법상 안전발판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28일 환경미화원 근로환경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안전발판 설치, 휴식공간 확보 등의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문 사무국장 설명에 따르면 운전석을 제외한 차량 탑승은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길주 사무국장은 "정부가 환경미화원 현실에 맞는 청소차량을 개발하고 편안한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더 근본적인 근로조건이나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논의를 (정부와 노동자가) 서로 함께 나눠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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