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안철상 대전지법원장을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해 대법원의 다양성을 키웠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주요 언론은 민 판사에 대해 '전직 국회의원이 남편'이라는 설명을 앞세우고 있다.

언론은 안철상 지법원장을 '정통 법관'으로 표현한 반면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영장전담 판사를 지냈고, 젠더법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법원 내 양성평등을 위한 포럼'을 개최한 바 있는 민유숙 부장판사에 대해 '전직 국회의원 부인'이라는 수식을 빼놓지 않았다.

한겨레는 29일 1면에서 "비서울대 출신으로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는 '정통 법관'과, 야당 소속 전직 국회의원의 부인인 여성 법관"이라고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를 설명했다.

'대법관 후보에 안철상·민유숙'. 한겨레 11월 29일 종합 01면.

같은 날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주요일간지들도 "민유숙 판사의 남편은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이다"라는 동일한 문구를 관련 기사에 삽입했다.

일부 매체에서는 '부창부수'(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따름)라는 표현까지도 사용했다. 한강타임즈는 28일 관련 기사에서 "민유숙 고법 부장은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의 부인으로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문병호 전 의원과 민유숙 판사가 '부창부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민유숙 판사의 이력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여성인권보장 디딤돌상'수상과 '젠더법연구회'회장 경력이다.

민유숙 판사는 2012년부터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법원 내 양성평등을 위한 포럼'을 개최해 법원 내 성감수성 등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다. 그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세계여성법관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또 민유숙 판사는 서울고법 성폭력전담재판부 부장판사를 지내며 아동·청소년·여성 피해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공정한 양형을 해온 점을 인정받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시상하는 '여성인권보장 디딤돌상'을 두 차례에 걸쳐 수상한 이력도 있다.

이와 별개로 법관으로서 대법관 후보에 수차례 천거 대상자로 이름을 올린 점은 민유숙 판사가 법원 안팎으로 실력을 두루 인정받는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언론은 2007년 민유숙 판사가 여성으로서 첫 영장전담판사로 임명됐을 때에도 '그의 남편은 문병호 의원'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일례로 당시 한국경제는 관련 기사에서 "민 판사의 '바깥사람'은 문병호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라고 그의 이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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