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신한은행 본점 20층에서는 '2017-2018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신입선수 선발회’(이하 드래프트)가 열렸다.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 24명으로 이들 중에는 재일교포 농구선수 황미우가 국내 프로구단의 지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에서 대학까지 마친 황미우는 일본 실업팀 진출을 준비했지만 실업팀의 지명을 받기 직전 무릎을 다쳐 실업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피트니스 클럽에 사무직으로 취업 후 지역 농구 클럽(P,Yes,P)에서 농구를 계속 했다. 그러던 중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농구 매니지먼트 비즈니스를 하는 정용기 씨의 권유로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하게 됐다.

이날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황미우의 생년(1991년)과 출신 대학(리쓰메이칸대), 신장(165cm), 포지션(가드) 등에 대해서는 나와 있었지만 공식기록은 ‘없음’이었다.

사실 황미우의 존재는 드래프트 며칠 전부터 경기장에서 이런저런 채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일본 클럽팀에서 뛰던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였지 그의 기량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할 부분이 없었다. 신장이 작았던 탓도 있지만 참고할 만한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21일 서울 세종로 신한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2017-2018 신입선수 선발 회에서 1라운드 각팀의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KEB하나은행 최민주, 신한은행 이은지, KDB생명 김지은, KB스타스 임주리, 삼성생명 황미우, 우리은행 김진희 Ⓒ연합뉴스

그래서 드래프트에서 황미우가 국내 구단의 지명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인 쪽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이날 드래프트 현장에서 황미우의 이름은 1라운드 5순위 지명권을 가진 용인 삼성생명의 임근배 감독에 의해 호명됐다. 황미우의 이름이 호명되자 드래프드 행사장에는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1라운드 지명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무대에 올라 삼성생명의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받아 쓴 뒤 임근배 감독과 사진을 찍는 황미우의 얼굴에는 기쁨과 얼떨떨함이 교차하고 있었다. WKBL 최초의 재일교포 신인 드래프트 지명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임근배 감독은 황미우가 대학 졸업 이후 실업팀 진출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다니며 지역 클럽팀에서 농구를 계속한 열정을 높이 샀고, 황미우가 기본기가 잘되어 있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즉시 전력감은 아니지만 테스트와 훈련을 통해 이주연, 윤예빈과의 경쟁구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미우는 드래프트가 끝난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히 1라운드는 기대도 안 하고 있었다. 잘해야 2라운드 지명을 받을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를 빠르게 선택해주신 삼성생명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WKBL 최초의 재일교포 드래프트 지명자 황미우의 도전은 출발점에 섰고,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황미우의 WKBL 무대 도전은 한국 여자농구계 전체가 주목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황미우의 WKBL 적응과 활약이 성공을 거둘 경우 향후 재일교포 선수들의 WKBL 무대에서 활약하며 허약한 한국 여자농구의 저변을 넓혀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 [연합뉴스 자료 사진]

황미우를 WKBL 무대로 이끈 정용기 씨는 “최근 몇 년간 한국 농구가 어려웠다고 생각했다. 특히 여자농구는 저변이 얕고 경쟁력이 좀 떨어진 지 오래 됐다. 어떻게 하면 한국 농구를 강화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일본 시스템 안에서 잘 자란 선수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황미우에 대해 “일본에는 재일동포끼리 하는 농구 클럽도 있다. 그중에서 황미우를 보고 한눈에 꽂혔다”며 “재일동포 중에는 슛이 짱이었다”고 말했다.

농구선수를 키워내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일본에서 성장해 왔고, 간사이 지역 대회에서 3점슛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슛에 재능을 보인 황미우의 가능성을 발견한 정 씨는 황미우에게 한국 여자프로농구 무대에 도전할 것을 권했고, 이를 황미우가 받아들이면서 이날 드래프트 현장에까지 오게 된 셈이다.

일본에는 현재 유소년 선수를 포함해 약 1천 명의 재일교포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들 가운데는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향후 몇 년 후 국내 프로팀에서 뛸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도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황미우가 국내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 받고 안정적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재일교포 선수들의 WKBL 진출은 활성화 되고 WKBL의 선수층도 한층 두터워질 수 있다.

특히 첼시리 사태로 인해 혼혈선수의 국내 구단 입단이 사실상 막혀버린 상황에서 좋은 자질을 갖춘 교포 선수들은 선수 부족에 시달리는 WKBL 구단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고, 리그 전체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황미우는 이미 작년 국내 복수의 구단들로부터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는 선수다. 한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황미우는 전형적인 일본형 가드로서 기본기가 탄탄하고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부지런하게 코트를 누비는 스타일의 선수다. 특히 임근배 감독의 설명대로 농구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는 선수다.

그의 잠재력이 꽃을 피우고 WKBL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 WKBL과 한국 여자농구는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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