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북한 귀순병사 수술을 계기로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아주대 외상센터에 근무중인 손현숙 간호사는 "업무강도가 높아 간호사들이 버텨내지 못한다. 사직률이 굉장히 높다"고 토로했다.

아주대 경기남부권외상센터의 손현숙 간호사는 27일 MBC라디오'변창립의 시선집중'과의 전화통화에서 외상센터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설명했다. 손 간호사는 "외국 외상센터의 경우 간호사 1명이 중환자 1명을 간호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간호사 1명이 중환자 3명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다보니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고 간호사들이 버텨내지 못한다"고 전했다.

13일 오후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가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 헬기로 이송돼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손현숙 간호사는 "(간호사들이)외상센터에 사명감을 가지고 버텨보겠다고 하더라도 심한 스트레스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 사직률이 굉장히 높다"며 "외상센터 개소하고 나서 단 한 달도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외국 외상센터에 비해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강도가 높아 정원마저 채워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외상센터 간호사들은 중상을 입은 환자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이른바 '공감피로'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현숙 간호사는 "(환자들이)사고 현장에서 소생이 필요한 순간 외상센터로 오기 때문에 손상된 장기나 절단된 사지로 노출된 그대로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딸을 둔 손현숙 간호사는 "얼마 전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다친 모습으로 왔는데 우리 딸 교복이 아니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면서 "(간호사들이)어린이날 심하게 다쳐 사망한 아이나 첫 출근에 사고가 나서 사망한 근로자를 보며 공감피로를 느끼고, 이것이 2차적인 트라우마로 남게 돼 결국 사직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전했다.

권역외상센터는 사고로 인한 다발성 손상이나 대량 출혈이 생긴 중증 외상환자에 대해 즉시 응급수술이나 최적의 치료를 보장하는 곳이다. 주로 질환과 관련된 환자를 급히 돌보는 응급실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재 권역외상센터는 전국 16곳에 지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중인 센터는 9곳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대한외상학회장을 지낸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27일 YTN라디오'신율의 출발새아침'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도 적고, 열어봐야 재정의 손실만 있고 그러니까 (외상센터를)전부 다 열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성호 교수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와 보험수가 인상을 강조했다. 권역외상센터는 일반 병원과 달리 많은 의료인력들이 대기상태에 있어야 하며 수술건수가 적어 같은 규모의 수가를 받아서는 재정자립이 어렵다.

한성호 교수는 "권역외상센터는 일반병원에 비해 수술하는 환자가 1/10도 안되기 때문에 정부와 외상학회, 의사협회를 통해 현재 수가의 5배 이상 올려줘야 재정자립을 할 수 있다"며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인건비를 주고 싶어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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