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개입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 11일 만인 22일 풀려났다. 법원에 대한 비판여론과 무관하게 김 전 장관의 석방 소식에 조선일보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김 전 장관이 구치소에서도 '부하 걱정'만 했다고 보도하면서 '김관진 띄우기'에 나섰다.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장관 측은 구속적부심사에서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왜 자신을 구속하냐는 식의 논리를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자 조선일보는 4면 전면에 김관진 전 장관의 석방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조선일보는 <김관진 손 들어준 법원, 구속사유 하나도 인정 안해> 기사에서 "검찰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유죄 입증엔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법원의 석방 사유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하다"면서 "법원은 김 전 장관 석방을 결정하면서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형사소송법은 ①범죄 혐의 소명 ②도주 우려 ③증거인멸 우려를 피의자 구속사유로 정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김 전 장관을 구속할 사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24일자 조선일보 4면.

조선일보는 "김관진 전 장관이 석방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던 검찰 수사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공작에 개입한 의혹이 있고, 공모 여부 수사를 위해서도 김 전 장관이 필요하다고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법원이 김 전 장관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함에 따라 보완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김관진 전 장관이 자신보다 부하를 먼저 걱정했다며 '김관진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4면 하단에 <"부하도 구속됐는데…" 김관진, 처음엔 구속적부심 거부> 기사를 배치했다.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김 전 장관은 당초 구속적부심사 신청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면서 "그는 지난 17일 변호인단이 서울구치소로 찾아와 구속적부심 신청을 권하자 '내 부하도 구속돼 있는데, 혼자 나가보겠다고 애쓰는 건 내 가치관이나 인생관과 맞지 않는다. 구속됐지만 재판을 잘 받겠다고 다짐한 만큼 그냥 있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11일 그와 함께 구속된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을 염두에 둔 말"이라고 보도했다.

▲24일자 TV조선 리포트. (사진=TV조선 캡처)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열린 구속적부심사에서도 김관진 전 장관은 판사가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내 개인적 편익을 위해 신청한 것은 결코 아니다. 죄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 10일 있었던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선 '이 건이 죄가 된다면 장관이었던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 부하들은 잘못이 없다. 부하들의 선처를 바란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TV조선도 조선일보의 '김관진 띄우기'에 합세했다. <김관진, 적부심 고사…"부하보다 먼저 나갈 수 없다"> 리포트에서 TV조선은 "김 전 장관은 구치소에 있는 동안에도 '부하' 걱정만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특히 김 전 장관은 석방을 위해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자는 변호인들의 제안도 처음에는 거절했다"면서 김 전 장관이 "부하가 구속돼 있는데, 상관인 내가 나올 수 없다.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부하가 나가는 것을 보고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4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반면 이날 경향신문은 <김관진 "모든 게 내 책임"이라더니 "왜 나만 구속"> 기사에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개입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장관이 지난 11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가 구속 후 지난 22일 열린 구속적부심사에서는 부하들에게 책임을 미루며 자신의 구속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3일 김관진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적부심사 청구 문건에 "비록 피의자가 최종적인 지휘·감독 책임자라는 사정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 및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에 비해 죄질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고 전하면서, "부하들인 이 전 단장과 연 전 사령관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은 점을 들어 김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관진 전 장관 측은 "그 밖에 심리전단 부대원들은 약식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등 이태하 전 단장이나 연제욱 전 사령관보다 중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은 "'이 사건이 죄가 된다면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부하들은 잘못이 없다'고 밝힌 김 전 장관의 태도와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김관진 전 장관 측은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을 향해 '물귀신 작전'을 쓰기도 했다. 김 전 장관 때부터 댓글 공작이 시행됐는데 그는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이라면서 "김 전 장관 측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 추가 선발 시 '호남 출신'을 배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연 전 사령관이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책임을 미뤘다"고 보도했다.

▲24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김관진 전 장관 석방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신광렬 판사도 감싸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김관진 석방 판사는 우병우와 같은 성향" 송영길 트윗 논란>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23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적부심사를 담당했던 판사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 논란"이라고 보도했고, <與 의원이 나선 김관진 석방 결정 판사 신상 털기> 사설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인터넷에서 판사를 향해 '적폐' '처단' 등의 매도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부끄러운 현상"이라고 매도했다.

조선일보는 "송영길 의원은 책임 있는 집권당 소속이다. 법조인이고 하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면서 "그런 의원이 자신의 감정에 맞지 않는다고 판사 신상 털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 분노와 반감이 상식을 넘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이 분노와 반감이 제어되지 않고 계속 폭주하고 검찰과 법원이 이에 영합하면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라 폭력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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