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 케이리그 7경기는 예상대로 치열한 접전승부가 많았고 적지 않게 운집한 관중들에게 우리축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듯하다. 이승엽 홈런감상 후 우선 몇 경기 하이라이트를 시청한 소감은, 올해 남아공 월드컵이라고 하는 축구계 최고의 호재를 뭔가 폭발적인 관중동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인데... 야구와의 시간대 배분이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라 여긴다. 나는 축구팬이라 야구(팬)는 무조건 싫다... 나는 국대축구만 볼뿐 오직 야구매니아다... 참으로 골 빈 강정들 같은 발상과 무수한 글 싸움을 보노라면... 오늘의 주인공이었던 어린 아이들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정치도 사회도 문화도 연예도 스포츠마저도 꼭 그런 불학무식한 발상으로 이분법, 흑백논리를 가져야 하는 것인가? 야구와 축구가 공생공존하는 동네는 지구상에 우리나라와 아랫집 니혼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도 더 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왜? 조국통일이라는 대업이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초딩들보다 못한 인터넷 댓글질들로 서로 싸워대는 꼬라지 보기가 싫어서 무슨 게시판이네 뭐네 하는데는 안 쳐다본지 여러해 되었다.

수원은 결국 대전을 안방에서 못 이겼다. 유일한 무득점 무승부 경기를 펼친 두팀... 서로 이기고도 싶었을 테고 지기도 싫었을 거라 두둔해본다. 포항은 선두울산을 맞아 잘 싸웠지만, 역시 아쉬운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고, 강원... 수비력이 나아지지 않는 한 올해도 힘들거라 예견된다. 강원과의 원정경기에서 동점골과 결승골까지 기록한 유병수를 개인적으로 오늘 어린이날 기념 11라운드 최우수선수로 선정해 보았다. 팀의 5연패동안 2년차 징크스 우려까지 맞물리며 부진했지만 이젠 완전히 인천 공격의 핵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느낌이다. 제주는 많은 프로토베터들의 바램대로 대구에게 안방승리를 거두었고, 영남더비에선 부산이 이변승을, 호남더비에선 역시 전남이 전북을 꺾었다. 나름 접전일거라 예상했던 서울-성남전이 서울의 4-0 대승으로 끝난 건 좀 의외였지만... 차범근감독의 인상은 결국 펴지지 못했다.

주말에 우리축구는 순번에 따라서 경남이 휴식하고, 어린이날 경기가 없었던 광주가 뛰어든다. 아울러 2주 동안 경기가 없기에 팀마다 승리를 위해 혹은 승점을 얻기 위해 오늘보다 더한 사투를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지난 주말과 오늘 어린이날처럼 시종일관 높은 집중력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경기마다 보여주어야만 축구가 중흥할 수 있다. 순위표가 보여주고 있듯이 올시즌은 유례없이 중상위권이 대접전중이고 1라운드 끝날때마다 순위가 천지개벽하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다.

먼저 신태용의 성남일화는 안방에서 전남드래곤즈를 맞이한다. 수원과 전북을 상대로 거둔 전남의 2연승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작년 4강 플옵을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성남은 서울을, 전남은 인천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서 만났고 홈패(전남 원정승)가 발매차단되는 희한한(?) 예상과는 달리 몰리나의 결승골로 성남이 전남에게 승리 후 결승까지 진출했었다. 이후 신태용과 박항서의 첫만남이란 점이 흥미진진하다. 오랜 세월 전남이 성남에게 보약노릇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작년 안방에서 드디어 이겨냈고 여기에 플옵 설욕성격까지 띠고 있어서 치열할 것이다.

경기력을 조금은 회복한 포항은 제주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레모스의 울산전 후반전술 운용은 좀 아니올시다인듯 했지만, 어쨌든 연패는 막았다. 승리가 간절한 포항이지만, 제주에겐 포항에게 반드시 갚아 줘야할 치욕이 있다. 작년시즌 막판 안방에서 1-8 사상 최다점수차 패배... 사령탑이 바뀌었고 현재 리그경기 3연승의 상승세를 탄만큼 원정이라 해서 수비만 하다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된다. 이번경기 직후 컵대회 일정만 있는 팀들에 비해서 아챔 토너먼트를 치르는 팀들이 일정과 체력안배에 불리한 것도 주말 12라운드의 최고변수다. 포항도 예외 없이 홈 제주전을 치르고 나면 나흘 뒤 카시마 앤틀러스와의 원정경기가 또 있다.

지역라이벌전에서 전남에게 무릎 꿇은 디펜딩챔프 전북은 동반하락세중인 대구와의 홈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전북도 포항과 마찬가지로 애들레이드 원정 아챔경기가 있어서 뒤가 캥길테지만, 이번 대구전 홈승리를 위해서는 사력을 다할 걸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동국의 부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고 대구는 이점을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려 할 것이다.

꼴찌수원은 일정이고 막걸리고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러나 상대는 올시즌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울산이다. 최근 두경기에서 광주와 포항에게 무승부를 거두며 약간 하락세인 점이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마저 승리하지 못한다면... 수원의 사령탑 경질설이 차붐의 자진사퇴 형식이 아닌, 구단 고위층에서의 설왕설래가 들리진 않을까? 외나무다리 혈투가 전망된다.

군팀이라고 배제된건지 어떤지야 모르지만, 어린이날 막사에서 경축특식 먹으며 푹 휴식한 광주는 만만한 강원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올시즌도 어려운속에 선전중인 광주상무는 아직 홈승리가 없기에 이번이 천재일우의 기회일거라 판단, 작년처럼 3-1 승리 재현하지 않을까? 작년 창단시즌 때는 그나마 공격력이라도 화끈했던 강원이지만... 올해모습은 그나마도 실종된 듯 혹독한 창단 2년차 징크스를 경험중이다. 최순호의 지략이 이 어려운 광주원정에서 어떻게 발휘될지는 모르지만, 광주가 무난한 승리를 거두지 않을까 한다. 혹시 사단장 직관경기인가?

2007년 축협배 컵대회 안방승리 이후 서울전 9경기 무승, 3무 6패를 당하고 살아온 인천이 드디어 그 서울을 다시 만난다. 다행히 홈이다. 리그 5연패후 4승 1무(리그 3승 1무)의 탄력을 받은 인천으로서는 이번에야말로 서울을 꺾겠다고 의지를 불태울 것이고 서울로서는 천신만고끝에 단독선두(한경기 덜 하고서도)에 올랐는데 또 이겨주마라고 응수할 것이다. 이 경기는 그런 관점에서 주말 가장 관심을 끄는 경기다. 인천이 강릉까지 가서 강원을 2-1 역전승한 흐름도 대단하고 서울이 성남을 1-0 따위가 아닌, 4-0 골잔치로 이긴 흐름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경기는 재미있겠지만, 예상은 가장 난해한 경기가 인천-서울의 경인더비라고 보여진다.

턱걸이 6위입성이긴 하지만, 계약 마지막해에 반드시 6강을 올라가겠다는 황선홍과 부산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확실히 우리나라 축구도 이젠 유럽리그 못지않게 홈/원정 경기력차이와 더비매치의 열띤 승부욕이 괄목상대할만치 발전했다는 인상이다. 대전과의 이번 홈경기에서 3연승을 저울질 하게 된다. 하지만 빅버드원정에서 최선을 다한 후 무승부선전한 대전도 호락호락하진 않을 것이다. 왕선재는 감독대행시절이던 작년 10월 황선홍에게 원정패배를 이미 경험했지만, 당시엔 일정과 상황상 불리할 수밖에 없었고 불과 나흘뒤 에프에이컵 성남과의 홈 준결승전이 있었던 시기였기에 그러하다. 거의 백업들만 꾸려서 내보냈어도 부산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모습이 생생하다.

주말과 주중에 걸쳐 연이은 수준높은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해준 우리 케이리그 선수들에게 심심한 격려와 위로를 보내면서... 체력적으로 분명 힘에 부치고 어려워질 주말이지만, 부디 화끈하고 공격적인 축구로써 지속적인 보답을 팬들에게 해주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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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名冬客 http://blog.daum.net/gleehong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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