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쿨과 코요테처럼 남녀 혼성그룹이 먹히는 시대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는 남녀 혼성 트렌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코어콘텐츠미디어가 남녀공학이라는 혼성 그룹을 가요계에 내놓았지만 그런 그룹이 언제 있었냐는 듯 이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혼성그룹이 먹히지 않는 시대적인 변화에, 앞서 기획된 혼성그룹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가운데서 어반자카파라는 혼성그룹의 성공은 꽁꽁 언 땅 가운데서 아름답게 피어난 인동초처럼 아이돌 시장에 편중된 한국 K-POP 시장에서 다양성을 위한 반가운 현상임에 틀림없다.

어반자카파의 성공에 경도된 걸까, 아니면 레인보우의 침몰에 초조해하던 DSP가 후속타로 남녀 혼성그룹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린 걸까. 남녀 혼성그룹이 살아남기 힘든 시장에서 DSP는 KARD라는, 말 그대로 ‘카드’를 꺼내든다.

대개의 아이돌이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후 SM의 소녀시대처럼 일본으로 향하거나 MBK의 티아라처럼 중국 시장으로 진출한 것과 달리 카드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자문화중심주의가 강하고 백인우월주의가 아직도 만연한 유럽에서 한국어로 떼창하는 광경은 진풍경인데,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카드는 이걸 성취한 남녀 혼성그룹이다.

그룹 카드(KARD)가 11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 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유앤미(You&Me)'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카드는 해외로 눈을 돌려 아이튠즈에서 메인 차트라고 할 수 있는 송 차트에도 진입하는 등 나름의 성과는 거뒀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국내에서의 처참하리만치 낮은 인지도’다. 카드가 새로운 앨범을 내놓은 21일 오후 7시만 해도 멜론 차트 97위에 오르나 싶었으나, 8시부터는 아예 멜론 차트 100위 밖으로 사라진다.

해외에서 얻은 소기의 성과가 국내로까지 이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한국의 음반 시장은 음원 차트 100위 안에 들지 못하면 대중에게 음악적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축소되는 ‘음원 인 천국, 음원 아웃 지옥’ 아니던가.

카드는 이전곡 ‘Hola Hola’의 부진을 이번 신곡 ‘You In Me'로 만회하고자 하지만 음원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하는 방안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전체 음원시장에서 멜론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3 가량이다. 카드가 타이틀곡 발표 후 두 시간도 채 안 돼 멜론 차트 100에서 아웃되었다는 건 음원 차트 전체 시장 가운데서 2/3의 기회를 놓쳤다는 거나 다름없는 표현이다.

‘직캠’이라는 구세주가 있기는 하다. 고사 직전의 무명 아이돌 EXID가 하니의 직캠 하나로 대세 아이돌로 수직 상승할 수 있었던 기적은 아이돌 시장에서 ‘백만 분의 일’ 이하의 기적적인 확률인데, 남자아이돌이나 여자아이돌이 아닌 남녀 혼성그룹이라는 특성 상 EXID와 같은 직캠의 기적은 카드에겐 일어날 가능성이 전무하다.

혼성그룹 카드(KARD)가 7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첫 번째 미니앨범 '올라 올라(Hola Hola)' 발매 쇼케이스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에서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는 유튜브 조회수다. 카드는 해외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덕에 처음에는 신입답지 않은 2400만, 다음에는 35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유튜브 조회수를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Hola Hola’부터는 하락세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카드가 내놓은 신곡의 바로 직전 곡인 ‘Hola Hola’는 ‘Don`t Recall'의 유튜브 3500만 조회수의 반토막도 안 되는 1700만이라는 조회수에 머무른다. SM의 소녀시대가 첫 앨범 ‘다시 만난 시대’의 부진을 ‘Gee’ 하나로 훌훌 털어버린 사례와는 정반대에 해당하는 부진이다.

아이돌이 치고 올라가려면 이전 성적보다 더 나아야 하지만 카드는 유튜브 조회수로만 볼 때 ‘Hola Hola’를 향한 관심도는 ‘Don`t Recall'의 절반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영상은 팬이 보는 경우도 있지만 노래나 MV가 인기가 높으면 팬이 아닌 사람들도 호기심에 궁금해서 누르거나 반복해서 ’즐감‘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Hola Hola’의 부진은 ‘Don`t Recall'이 좋아서 반복해서 감상하던 이들도 ‘Hola Hola’에는 그만큼의 관심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그룹 카드(KARD)가 11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 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유앤미(You&Me)'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DSP가 에이프릴의 앨범 발매 주기와 달리 카드를 4개월 만에 조기등판시킨 것은 ‘DSP의 초조함’으로 분석할 수 있겠다. ‘Don`t Recall'에 비해 초라한 ‘Hola Hola’의 부진을 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신곡 ‘You In Me'는 카드에게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다. ‘Don`t Recall'처럼 다시 날아오르느냐, 아니면 ‘Hola Hola’ 같은 부진의 연속선상에 머물게 되느냐가 달려있다.

카드가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음에도 기사에 ‘카드 누구냐?’는 댓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선 카드가 국내에서 힘겹게 인지도를 쌓는 것보다 해외 활동에 주력해 K-POP의 위상을 드높이는 전략이 DSP에겐 현명할지 모른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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