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씨가 또 다시 폭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경찰은 21일 김 씨의 변호사 폭행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9월 로펌 '김앤장'의 신입변호사들과 술을 마시다 폭언·폭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폭행논란은 2010년 호텔 여종업원 성추행, 지난 1월 주점 종업원 폭행을 포함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 119의 윤지영 변호사는 "돈과 연관돼 있는 다양한 계층구조가 갑질을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선씨는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한 술집에서 대형로펌 '김앤장'의 신입변호사 10여명과 함께 술을 마시다 폭언·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 "지금부터 허리를 똑바로 펴라", "나를 주주님으로 불러라" 등의 폭언과 함께 술에 취한 자신을 부축하던 남자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여자변호사의 머리채를 잡는 등의 폭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씨는 지난 1월 만취상태로 술집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김동선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에 대해 '직장갑질 119' 윤지영 변호사는 22일 MBC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과의 전화통화에서 "다양한 영역의 계층구조가 갑질을 탄생시킨다"며 "계층구조는 상당부분 돈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이번 사건도 (김동선씨가)자기가 사건을 맡기고 돈을 줄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런 갑질이 계속해서 용인되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9월에 벌어진 일이지만 피해를 당한 신입변호사들은 기업의 보복이나 압력이 걱정돼 최근까지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영 변호사는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사건 수임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면서도 로펌 내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피해를 당한 연차가 낮은 변호사들은 직접 사건을 수임하는 게 아니라 선배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며 "기업을 두려워하는 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로펌 또는 사건을 수임하는 선배 변호사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피해를 당한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조용히 넘어가길 바랄지도 모를 로펌과 선배 변호사들을 두려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는 김동선씨를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통화에서 "부도덕하고 비뚤어진 전형적인 재벌 갑질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김현 회장은 "경제적 약자나 자기보다 을의 지위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고 폭행하는 이런 천박한 행태는 사회적 차원에서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며 "대한변협이 진상조사를 해서 혹시 처벌을 원하는 변호사가 있으면 김동선 씨가 무겁게 처벌받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단순 폭행사건의 경우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을경우 처벌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김현 회장은 "만약 피해 변호사들이 상처를 입었다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 "사태가 커졌으니까 나라도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0여명의 피해변호사들 가운데 김동선씨의 처벌을 원하는 피해자가 나오느냐에 따라 김 씨의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지난 1월 폭행사건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게 되면 집행유예 효력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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