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어제 이 경기를 보러 가려 했다가 개인적인 약속이 잡혀서 가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경기가 '대박'을 터트린 날이 많아서 그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날에 축구장의 그 열기를 흠뻑 느껴보고 싶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쉽게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기사를 통해, 그리고 TV를 통해 그 멋진 장면을 보는 순간 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아, K-리그에도 5만이 아닌 6만 관중이 들어올 수 있구나'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고 말이지요. 모두 6만 747명이 입장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그 열기는 A매치 수준보다도 더 뜨겁게 느껴졌을 만큼 대단했고, K-리그는 물론 우리 프로스포츠에도 6만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모든 축구팬들은 그 역사의 현장에서 홈팀 서울의 승리를 지켜보며, 축구의 진수를 제대로 느꼈을 것입니다. 정말 부럽고, 멋진 관중 여러분들입니다.



그 경기, 바로 FC 서울과 성남 일화의 경기에 사상 처음으로 6만 이상의 관중이 들어차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이해 홈팀 서울 구단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덕에 종전 2007년 4월 8일, 서울-수원 경기에서 5만 5397명이 들어찬 이래 무려 5천 여명을 뛰어넘는 관중 신기록을 세우며, 기분 좋은 어린이날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6만 명이 만들어 낸 파도타기와 함성은 유럽 빅클럽 못지않을 만큼 멋있음 그 자체였고, 한국에 'FC 코리아'만 존재한다는 비아냥을 깨뜨렸습니다. 어린이 무료입장이라는 이벤트가 있기는 해도 경기장을 가득 메울 것이라는 기대는 솔직히 적었다고 하는데 바로 팬들의 힘이 K-리그도 큰 리그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면서 대단히 의미 있는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꽉 들어찬 관중 덕에 홈팀 서울 역시 신명나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특히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이 머리로 1골, 왼발로 2골을 넣고,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는 등 팀의 4-0 승리에 모두 기여하면서 서울의 영웅으로 또 한 번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달 4일, '라이벌'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5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 앞에서 3-1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던 서울은 수많은 관중 앞에서 화끈한 경기력을 보이며 고정팬들을 다수 확보하는 성과도 낼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서울 입장에서는 인지도도 높이고, 경기 승리로 홈팀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하고, 1석다(多)조의 효과를 이번 성남전에서 낸 셈입니다.

K-리그에 6만 관중이 모였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재미없다', '느리다'며 온갖 혹평을 들었던 K-리그에 이만큼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한 경기에만 많은 관중이 들어찼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실제로 서울의 경우, 평균 관중만 3-4만 명에 이를 만큼 엄청난 관중수를 기록하며 이제는 어느 정도 수만 관중 문화가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잠재적인 고정팬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 팬들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면서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 상당한 효과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요. 구단의 노력이 팬들의 마음을 자극했고, 이를 통해 K-리그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 외에도 올 시즌 각 구단들은 색다른 마케팅을 통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이번 어린이날에는 전국적으로 16만 7001명의 관중이 운집해 역대 2번째 해당하는 기록을 냈습니다. 7개 경기장에서 평균 2만 3천 여명의 관중이 찾았다는 얘기니 이런저런 '위기론'이 거듭됐던 K-리그에 모처럼 단비가 내린 셈이 됐습니다. 각 구단이 그만큼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며, K-리그도 성공적인 리그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를 단순히 희망으로만 끝나선 결코 안 될 것입니다. K-리그에 존재하는 '위기론'은 여전히 유효하며, 축구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만족할 수준만큼 올라와 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달라진 구단의 노력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관중들의 환호성에 반짝 도취되는 것보다 얼마나 K-리그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느냐에 대한 연구와 노력,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구단의 끊임없는 적극적인 마케팅은 당연히 뒷받침돼야 하며, 선수나 코칭스태프 역시 멋진 경기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월드컵 이후에 어떻게 하면 팬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해야 관중을 통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각 구단은 물론 연맹에게서 보여줄 때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로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해내야 하는 K-리그의 노력을 앞으로 더욱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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