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H.O.T 팬 가운데에는 문희준과 열애설에 휩싸인 베이비복스 간미연에게 피로 쓴 협박편지를 보낸 몰상식한 팬이 있었다. SM의 동방신기 또한 테러를 당한 적이 있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한 여성이 건넨, 본드가 포함된 음료수를 마시고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올 2017년은 ‘걸그룹 수난시대’라 할 정도로 걸그룹 에이핑크와 트와이스에게 날선 협박이 가해진 해였다. 트와이스 미나는 일베 회원에게 ‘내가 널 죽이러 갈게요’라는 살해 위협을 받았고, 에이핑크는 쇼케이스 현장에 폭발물이 설치되었다는 협박 전화에 쇼케이스 전 경찰이 폭발물을 찾느라 출동했어만 했다.

에이핑크의 여섯 번째 미니 앨범 ‘Pink Up' 쇼케이스 Ⓒ박정환

에이핑크를 괴롭힌 협박범은 캐나다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으로 인터폴이 추적 중이라는 기사를 접한지라, 이 협박범이 에이핑크를 시달리게 만드는 것도 끝이겠거니 예상했지만 필자의 이런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JTBC 드라마 <언터처블> 제작발표회가 열리기로 예정된 시각은 21일 오후 2시. 그런데 1시 10분 경 제작발표회가 예정된 장소에 폭발물이 설치되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와 경찰이 출동한 사건이 발생했다. 6월 26일 에이핑크의 쇼케이스 당시 협박과 똑같은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드라마 <언터처블>에는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가 출연한다. 협박범은 정은지의 신변 위협을 노리고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전화를 남겼는데, 이는 6월 26일 에이핑크 쇼케이스 당시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에이핑크를 위협한 협박범의 방식과 동일하다.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로 에이핑크를 괴롭히는 협박범은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 만하면 괴전화로 에이핑크와 소속사인 플랜에이를 몇 달에 걸쳐 괴롭히고 있다. 인터폴이 수사에 박차를 가해 해외에 거주한다는 협박범을 체포한다면 에이핑크의 악몽도 끝나겠지만, 애석하게도 아직 에이핑크와 플랜에이의 악몽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JTBC 제작발표회에 폭발물 협박전화에 경찰 출동해 현장 수색[독자 제공 = 연합뉴스]

그동안 많은 기획사는 아티스트에게 위해나 협박을 가한 가해자를 추적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왔다. 허나 아티스트에게 물의를 일으킨 가해자가 잡혔다는 구체적인 기사는, 수사 의뢰 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트와이스 미나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일베 용의자를 경찰이 체포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없지 않은가.

젝스키스의 강성훈을 괴롭혀온 악성 사채업자가 경찰에 검거됐다는 기사처럼, 하루빨리 에이핑크와 플랜에이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캐나다 거주 협박범을 인터폴이 검거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야 에이핑크와 에이핑크의 팬들은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의 신변에 위협을 가한 협박범을 잡아야 잠재적인 제2, 제3의 아이돌 협박범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현재 에이핑크의 소속사 플랜에이는 에이핑크 협박범을 통해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린다는 비뚤어진 시각에도 노출된 상황이다. 이런 시각이 어서 종식되기 위해서라도 에이핑크 협박범은 하루 빨리 검거되어야 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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