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나설 허정무호의 예비엔트리 30명의 명단 중 골키퍼 3명은 탈락 없이 최종 엔트리 포함이 확정된 가운데 지난 주말 K리그 경기에서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이운재가 또 다시 두 골을 허용하며 소속팀 수원의 리그 6연패를 막지 못하자 이운재가 과연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 이른바 '이운재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운재는 지난 1일 전남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K리그 경기에서 전반전에 인디오와 정윤성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팀의 0-2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허정무호의 김현태 골키퍼 코치가 이운재의 실점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 코치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확정이 된 상태다. 더 이상 이운재 논란이 확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이운재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냈는데, 모든 것이 확정된 상태에서는 이운재의 기를 죽이는 것보다 힘을 북돋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운재 논란 확산 방지에 언론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이날 전반에만 2골을 허용한 이운재의 경기력에 대해서도 "이운재라고 다 막을 수는 없다. 인디오의 첫 골은 인디오가 정말 잘 찼다.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골이었다. 두 번째 골 역시 막기 어려운 슈팅이었다. 수원 수비진 전체가 몸이 무거워 보인다"고 말해 이날 실점의 책임이 이운재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코치가 이날 인터뷰에서 이운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을 했고, 그 동안에도 이운재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나타내는 발언을 했지만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는 이운재를 점검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는 의미는 내심 불안한 심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셈이다.

이운재가 전남에게 두 골을 내주고 수원이 6연패의 수렁에 빠진 그 다음 날 이운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성남의 정성룡은 포항을 맞아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정성룡이 무실점 경기를 펼친 데는 성남 수비진의 견고한 플레이도 한 몫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성룡의 한 박자 빠른 판단과 폭넓은 활동반경을 앞세운 공격적인 방어도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낸 큰 힘이 됐다.

많은 축구팬들은 현재 경남을 리그 선두로 이끌고 있는 김병지가 지난 2002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나게 됐는지, 그리고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난 결과 한일월드컵에서 어떤 위치에 서있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골키퍼의 기량과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있었다. 이운재는 히딩크 감독의 원칙과 기준을 충족시켰지만 김병지는 그렇지 못했다. 그 결과 이운재는 폴란드와의 한일월드컵 예선 첫 경기부터 터키와의 3-4위전 까지 한국이 치른 한일월드컵 전경기에 풀타임 출장을, 김병지는 단 1분도 골문을 지키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은 그동안 대표선수 선발기준을 언급함에 있어 여러 차례 소속팀에서의 좋은 활약을 발탁기준 내지 원칙으로 꼽은바 있다.

그와 같은 기준에서 본다면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올시즌 K리그 최하위 팀의 주전 골키퍼에 경기당 실점률도 다른 경쟁 골키퍼들 보다 1점 이상 뒤지고 있는 이운재는 예비 엔트리에 조차 선발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맞다. 설령 그의 경험과 관록을 존중해서 예비 엔트리에 선발했다 하더라도 그의 역할은 후배들을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에 한정시켜야 하지만 현재까지 허정무호가 치른 무수한 평가전에서 골문을 지킨 것은 주로 이운재였다.

결국 현재 또 다시 불거지고 있는 이운재 논란은 허정무호의 코칭 스태프의 '이중 잣대' 내지 원칙을 깬 맹목적인 신뢰에서 비롯된 셈이다.

물론 이운재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끌 수도 있고 그 이상의 성적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선수에 대한 이와 같은 맹목적 신뢰 내지 원칙을 깬 발탁과 기용 방식은 앞으로 대표팀 운영에 있어 좋지 않은 선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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