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피해자 1만2174명으로부터 1조980억 원을 빼돌린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의 사기행각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지점장들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해당 사건의 판사가 과거에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2단독 이형주 부장판사는 IDS홀딩스 지점장들과 이사 등 15명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당초 지점장 남 모 씨 등에게 5~12년의 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IDS홀딩스는 FX마진거래·셰일가스 사업 등에 투자하면 배당금과 원금을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으나, 수익은 거의 없었고 돌려막기로 배당금을 지급했다. 검찰은 이사와 지점장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점장 회의 녹취록 등을 근거로 "일반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사업의 실체를 김성훈 대표로부터 전달 받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이형주 판사는 선고에 앞서 "사람의 신체를 고의가 아니라 실수로라도 다치게 하면 처벌하는데 목숨과도 같은 여러분들의 돈을 실수로 이렇게 한 데 대해 왜 법이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지 저도 답답하다"면서 "여러분들의 절규를 듣고도 제가 도와드리지 못하는 심정을 헤아려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말도 안 된다", "이게 나라냐", "대한민국이 나라냐, 썩었다"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선고는 내려진 뒤였다.

그런데 증거 제출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5일 피고인들의 변호인 측에서 지점장 회의 녹취 파일 등 증거를 제출하며 변론재개신청을 했는데, 재판부가 검찰 측에 재판이 열리기 직전인 20일 오전 9시 경에야 통보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날 오후 1시 급작스럽게 진행된 증거조사 절차에 검찰이 이의를 제기하며 기일 연기를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충분한 시간을 줬다"며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금융다단계 유사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하급심 판례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반한다"면서 "주범인 김성훈 대표에 대해 징역 15년이 선고된 판결에도 정면 배치된다. 항소해 반드시 엄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형주 판사는 과거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판결을 내려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013년 이 판사는 불법 스포츠 도박장을 개장해 3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던 최 모 씨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이형주 판사는 "사행성 도박을 규제해 건전한 근로 풍토를 만들어야 할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누구나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누구보다 앞장서 이를 실천해야 할 국가가 세수 확보에만 혈안이 돼 각종 복권·경마·경륜·카지노 등 수많은 사행사업들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국가는 특별법을 만들어 도박장을 개장하면서 개인의 도박장 개장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미 더 큰 악을 범하고 있는 국가의 손으로 피고인을 단죄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했다.

이형주 판사는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해운조합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014년 6월 이 판사는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이 여객선 승선 인원과 화물 적재량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해운조합 군산지부 운항관리자 윤 모 씨 등 2명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이 판사는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국가의 전반적인 격이 올라가지 않는 이상 위법 행위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대형 해양사고를 방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4년 8월에도 이형주 판사는 새만금 방조제 안쪽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어선이 뒤집혀 선원 6명 중 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군산 해양경찰서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선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이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오랜 기간 해경 등 국가 기관이 불법 조업을 묵인하고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세월호 사고로 왜 수많은 우리 아이들이 희생돼야 했는지 눈 감고, 재판 피고인들을 처벌함으로써 넘어가려는 국가의 태도가 이 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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