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발표된 허정무호의 남아공월드컵 본선 30명 엔트리는 모두 95명의 선수 가운데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나름대로의 기준을 통해 엄선한 선수들입니다. 그 가운데서 박지성, 이영표,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 허정무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고, 황재원, 김치우 같이 모처럼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반면 부상으로 낙마한 선수, 그리고 좋은 실력을 갖추고도 아쉽게 경쟁에서 밀려 탈락한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월드컵 엔트리가 발표된 뒤 가진 K-리그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분풀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월드컵 엔트리에 탈락한 선수 가운데 가장 아까운 선수는 바로 부상으로 낙마한 설기현(포항)입니다.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던 설기현은 팀 훈련 도중,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경기장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지 못하며 결국 월드컵 무대에서 뛸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설기현과 더불어 역시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은 김두현(수원)도 허정무호의 유력 자원에서 아쉽게 탈락한 선수입니다.

한동안 허정무호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정성훈(부산)의 탈락도 아쉽습니다. 정성훈은 2008년 10월부터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돼 다음해 3월에 열린 이라크전까지 8경기 연속 출장한 공격수였습니다. 이근호와 '빅-스몰 조합'을 이루면서 나름대로 연착륙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점점 무뎌진 움직임과 무득점으로 허심(心)을 잡는데 실패하면서 이후 부름 받지 못했고, 부상, 컨디션 난조 등이 겹치면서 결국 아쉽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초반에 좋은 활약을 보여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기는 했지만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정성훈의 소속팀인 부산 선수들이 모두 월드컵 엔트리에 들지 못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측면 수비 자원인 김창수와 측면 미드필더 이승현,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인 양동현 등 실력을 통해 꾸준히 허정무호의 노크를 두드렸던 이들은 아쉽게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월드컵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후배들을 키워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선수를 배출시키는 황선홍 부산 감독의 바람도 아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측면 수비 자원인 박주호(주빌로 이와타), 최효진(서울)은 두터운 대표팀 자원의 벽을 넘지 못하며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입니다. 지난 1월 대표팀에 발탁돼 꾸준하게 폼을 끌어올린 박주호와 2008-2009년 초반까지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최효진은 이영표-김동진-오범석-차두리로 이어지는 두터운 주전-비주전으로부터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결국 탈락의 쓴맛을 봤습니다. 그밖에 지난해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공격수, 유병수(인천)와 허정무호 초기에 이름을 올렸던 수비수 김진규(서울), 공격수 최성국(광주) 등도 안타깝게 탈락한 선수들입니다.

부동의 주전 골키퍼, 이운재의 난조로 한동안 대표팀 발탁이 거론됐던 김병지(경남), 김용대(서울)의 미발탁은 많은 축구팬들의 마음을 아쉽게 했습니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흔드는 것보다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것에 의견이 모아지면서 베테랑 골키퍼인 김병지, 김용대의 발탁을 고려하지 않고, 정성룡, 김영광으로 백업 자원을 쓰기로 결정했는데요. 경험 면에서 이운재에 결코 뒤지지 않는 김병지, 김용대의 탈락에 많은 팬들은 다소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이들이 실력이 나빠서 낙마했다기보다는 월드컵에서의 경쟁력 부분에서 다른 선수들에 밀린다고 코칭스태프가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점이 더 맞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는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6개월 뒤에 있을 카타르 아시안컵, 그리고 그 이후에 있을 브라질 월드컵 등에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탈락의 쓴맛을 맛봤지만 더 높이 비상하는 '미발탁 선수들'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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