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인근지역에 위치한 월성원전, 고리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지진을 빌미로 한 탈원전 주장은 광우병 사태 때와 같다"며 "포항지진의 250배가 와도 원전은 안전하다"고 보도했다. 단순히 진도를 기준으로 원전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17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조선일보는 <원전 24기 중 21기 7.0내진..."포항지진 250배 와도 안전">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원전 24기 중 21기는 규모 7.0의 내진 설계가 적용됐다. 내년 6월엔 모두 7.0으로 업그레이드가 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지진규모 1의 차이는 에너지로 32배의 차이가 난다"며 "경주지진(규모 5.8)의 에너지는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인 7.0 규모 지진 에너지의 63분의 1이고, 포항 지진의 에너지는 251분의 1에 그친다"는 한국수력원자력 원흥대 내진기술실장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다른 어떤 건물보다 원전의 내진 설계가 잘 돼 있어 지진이 나면 원전으로 피신해야 안전할 상황"이라는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원전 24기 중 21기 '7.0 내진'…"포항 지진의 250배 와도 안전">조선일보 11월 17일 종합 02면

또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포항 지진을 빌미로 다시 탈원전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며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비합리적 주장을 펴는 것이 광우병 사태와 같다"고 강조했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 안전성 우려를 일종의 '괴담'으로 취급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는 진도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을 분석한 결과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일부 지역에서 원전 내진설계 기준을 뛰어넘는 최대지반가속도 값이 관측됐다. 최대지반가속도는 순수한 지진파에서 계측된 최대가속도로 내진설계를 수행할 때 실제적인 지진력을 표현하는 수치다. 일례로 진도 7.0은 최대지반가속도 0.3g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컸던 흥해 지역의 최대기반가속도가 576gal(0.58g)이라고 밝혔다. 한편 포항 지역은 최대기반가속도가 221g(0.2g)으로 나타났다. 이번 포항 지진의 규모가 5.4였다고 하더라도 진앙지와의 거리, 지하암반의 종류 등에 따라 진동의 세기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포항지진(규모5.4)은 경주지진(규모5.8)에 비해 규모가 더 낮지만 진앙지와의 거리가 9km로 11km였던 경주지진보다 가까워 실제 피해가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은 15일 지진발생 당시 이미 여러 특보에서 다뤄졌던 내용이기도 하다.

또 월성1호기의 경우 부지 밑 지반은 서로 다른 암반으로 이뤄져 있어 부등침하가 우려되는 지반취약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사진=연합뉴스)

내진설계 보강에 있어 외부 구조물 보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17일 사설에서 "기본설계는 그대로 둔 채 주변 구조물 등을 보강해봐야 한계가 있다"며 "특히 얇은 압력관이 380개나 설치된 중수로 원전(월성1~4호기)의 경우 내진보강이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파수대별로 고주파 지진의 경우 구조물에 주는 피해는 적지만 저층건물이나 부속품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수원은 포항 지진 다음 날인 16일 경주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에 대한 조기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수원은 이날 "정부에너지로드맵 이행을 위해선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불가피하다"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이 필요해 폐쇄시기를 확정하기 곤란하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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