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가기간방송사로 재난보도를 주관하는 KBS가 포항지진을 빌미삼아 파업 중인 노동조합을 흔들고 있다. KBS경영진은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국가기간방송 종사자의 역할에 충실하길 당부한다"며 노조원들의 업무복귀를 촉구했다. 총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은 지진마저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이 물러나면 즉각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6일 KBS경영진은 성명을 통해 재난보도체제에서 총파업 중인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경영진은 "KBS는 어떤 경우에도 재난방송을 충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다"면서 "그러나 취재, 제작, 보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에 있어야 할 KBS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KBS경영진은 "KBS는 피해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신속히 담고 피해 상황과 복구 대책을 정확하게 보도해야 한다"며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국가기간방송 종사자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거듭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9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고대영 KBS사장과 이인호 KBS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재난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KBS 사측의 태도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KBS본부는 "재난방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사측은 잠정적인 타협의 의사라도 전한 적이 있나"라며 "(KBS가) 파업기간 통틀어 KBS 새노조(언론노조 KBS본부)와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면서 대외 성명서만 배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KBS경영진은 총파업 중인 언론노조 KBS본부가 교섭대표노조가 아니라며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 KBS본부는 이번 총파업을 거치며 KBS 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노조가 됐다. 그러나 교섭대표노조는 매년 새해 첫날마다 갱신돼 올해 12월까지는 'KBS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조다. KBS노동조합은 최근 고대영 사장과의 합의하에 파업을 잠정중단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많은 국민에게 피해를 준 재난마저 정치적 시빗거리로 활용하는 태도가 참담할 뿐"이라며 "재난사태를 정히 심각하게 인식한다면, 고대영 사장 등 경영진부터 진지한 결단을 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거듭 밝혔듯이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이 즉각 물러난다면 KBS 새노조는 즉각 업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노조 KBS본부는 "포항지진으로 많은 이재민과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KBS 직원들은 안타깝게도 일터를 떠나 있다"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송구할 따름이다. (파업승리를 통해)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공적 책무를 온전히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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