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나설 축구대표팀 30명 예비 엔트리가 발표됐던 지난달 30일. '깜짝 발탁은 없다'고 공언했던 허정무 감독이 골키퍼 김영광을 시작으로 월드컵에서 함께 할 선수 한명 한명을 호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수비수 마지막에 황재원(포항)을 부르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일부 참석자들이 술렁였습니다. 이후 미드필더에서 김치우(서울)가 호명되자 또 한 번 놀라는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한동안 대표 팀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이 모처럼 월드컵 예비엔트리에 포함되자 몇몇 기자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허정무 감독의 '변화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나타냈습니다.

황재원과 김치우. 두 선수가 허정무호의 막판 내부 경쟁에 가담하면서 월드컵 엔트리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더욱 주목되고 있는 것은 허정무 감독이 공개적으로 "전력 보강 차원에서 발탁한 것"이라고 말해 몇몇 부진한 선수들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허정무호에 새로운 힘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황재원이 1년 여 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고, 반가워했던 팬들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김형일과 포항의 든든한 센터백 자원으로 활약하면서 취약했던 대표팀 중앙 수비의 확실한 대안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대인 마크가 좋고, 저돌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으면서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 황재원은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와 FIFA 클럽월드컵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등 꾸준히 대표팀 문을 두드려 온 선수였습니다. 결국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마지막에 드디어 기회를 잡으면서 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해 4월,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기막힌 측면 프리킥골을 성공시키며 큰 고비를 넘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던 김치우는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자원으로 순발력과 감각적인 경기 운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특히, '슈퍼 서브'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경기 막판에 투입돼 팀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대표팀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북한전 이후 A매치에 출전할 기회가 없었고, 소속팀에서도 뚜렷한 경기력 저하로 월드컵팀 합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나아지는 경기력이 허심(心)을 잡으면서 일단 '마지막 기회'를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황재원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앙 수비 자원의 보강 차원에서, 김치우는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한 조커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단 황재원의 경우, 가장 확실한 자원으로 기대됐던 강민수가 최근 급격한 경기력 저하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A매치 경험으로는 강민수가 앞서고 있어도 최근 눈에 띄는 허점은 국가대표에 발탁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로도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항할 만 한 자원인 황재원을 넣어 경각심, 동기 부여를 불어넣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만약 강민수가 이렇다 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황재원이 나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1년 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황재원이 1년 내내 대표팀에 발탁됐던 강민수를 밀어낼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앙 수비 자원 경쟁에도 상당한 판도 변화가 점쳐집니다.

김치우의 경우, 중앙 수비와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로 다양한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하는 월드컵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선수입니다. 박지성, 박주영, 염기훈 등이 멀티 플레이어로서 활용해볼 수 있지만 공-수 양면에 걸쳐 안정적으로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김치우가 갖고 있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소속팀 경기에서 하락세를 보여왔던데다 측면 자원이나 수비형 미드필더 모두 쟁쟁한 자원들이 포진돼 있어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초반의 위용을 과시한다면 경쟁이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포항의 김재성, 신형민, 그리고 U-20 월드컵을 통해 떠오른 김보경, 구자철 등도 떠오르고 있어 그야말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김치우입니다.

대표팀에 한동안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에 이들 입장에서는 마지막 기회를 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몇 배 이상의 피나는 노력을 벌여야 합니다. 그래도 개개인의 장점이 뚜렷한 선수이기에 최종엔트리 입성에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마지막 기회'를 잡고 개인에게는 영광이 될 월드컵 무대를 밟는 데도 성공하는 황재원, 김치우가 될 수 있을지, 그래서 허정무호의 전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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