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지호의 내레이션에선 말한다. 사랑 이야기의 해피엔딩은 대부분 키스로 마무리된다고. 하지만 진짜 사랑 이야기는 키스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그 내레이션처럼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키스로 해피엔딩이 아니라, 키스로 시작된 '진짜 사랑'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가고자 한다.

모솔 지호, 육체적 욕망에 눈뜨다

판타지로 이어가는 일반적인 로맨틱멜로 드라마라면 훈훈한 남녀의 사랑이라고 쓰고, 15금에 어울리는 연애로 연결되리라. 하지만 예상 밖의 서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두 사람의 첫 키스를 모솔(모태솔로)에 달팽이가 부러운 작가지망생 지호(정소민 분)가, 앞으로도 키스 따위는 해볼 수 없을 것 같아 다짜고짜 버스 정류장에서 자신에게 솔직한 덕담을 해주었던 세희(이민기 분)의 입술에 박치기를 도발하는 것으로 관계의 서막을 열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키스. 사실상 지호의 키스가 사실은 키스가 아니라 일방적 입맞춤이었으며 진짜 키스는 이런 것이란 세희의 도발로, 그리고 이어진 두 사람의 네버엔딩일 것 같은 키스신으로 그리며 일방에서 쌍방으로의 관계전환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이번 생은 처음이라(이하 이번 생)>는 거기서 한 발 더 '어른'의 연애로 이야기를 진전시킨다. 키스를 통해 모솔 처음으로 연애에 입문하게 된 지호는, 키스 이후 스킨십의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며 혼돈스러워 한다. 자신도 모르게 한 침대에서 자고 싶다며 혼잣말을 하고는 쓰레기라 머리를 흔들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키스의 후유증에 정신을 못 차린다. 심지어 귀걸이 착용 과정에서 낯선 여자의 손길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다.

여중 여고 출신에 작가가 되기 위해 정진하느라 연애에 한눈 팔 사이가 없던 모솔의 이 흥미로운 설정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성적 자유가 판치는 세상이라 하지만, 상당수 여성들이 TV의 동화적인 설정으로 연애를 배우고 엄마의 지휘 아래 관계를 설정해 가는 상황에서, 키스 이후 용솟음치는 본능을 쓰레기나 변태로 취급하는 장면은 그래서 현실적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이제 막 사랑하게 된 상대방을 향한 끊임없는 욕망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이번 생>은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지호는 고양이를 찾아 세희의 방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시집에서 지난 사랑의 아픈 흔적을 발견한다. 흔한 사랑 이야기라면 그걸 오해와 질투의 복선으로 사용했을 터다. 그러나 비록 모솔이지만 '어른'인 지호는 생각해 보니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자신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세희의 아픔을 기꺼이 이해하는 것으로 그 발견을 풀어낸다. 그러기에 그녀에게 찾아온 욕망도, 다짜고짜 19금의 도발 대신 주저와 갈망의 밸런스로 풀어간다. “키스를 더해도 될까요?”라고 묻는 세희의 배려와 함께. 변태가 아닌 자연스런 어른 연애의 한 과정으로.

2017 여성들, 그 욕망의 향배는?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드라마는 그렇게 이제 모솔 탈출을 눈앞에 둔 지호와 함께 수지와 호랑, 세 여성의 욕망을 충실하게 그려낸다. 세 친구 중 가장 자유분방했던 수지는, 그 자유분방함의 이면의 숨겨진 그녀의 사회적 욕구를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다. 맞춤 브래지어 사업에 그 어느 때보다도 흥미를 보이면서도 어렵게 들어간 연봉 높은 직장에 연연하는 것과 비혼주의는 우리 시대 젊은 여성의 또 다른 현실태이다.

호랑은 다를까? 인간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유지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바로 모성적 갈망이다. 안락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다는 그 욕망이야말로, 시대와 사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유지시켜온 본원적 기능이다. 단지 사회적 자아가 보다 부각되는 사회에서 안타깝게도 하랑의 욕망은 '전근대적 대접'을 받게 되지만, '취집' 역시 여전히 우리 사회 여성들의 선택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욕구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단지 안타까운 건, 그 욕망의 방점과 발화점이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조건'에 있다는 점이다.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문제는 각자의 욕망을 가진 그녀들이 2017년이란 구체적인 현실에 몸담고 있다는 것이, 드라마 속 각자의 상황을 다르게 빚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가 시작되며 일도 잃고 갈 곳도 없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 속을 헤매게 되었던 지호는, 뜻밖에도 집세도 깎아주는 집주인을 만나 방도 얻고 이제 마음의 공간도 공유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정말 다행히도, 그녀보다 나이 많고 직장도 확실한, 안정된 경제적 지위의 남성과 사랑을 시작하게 된 행운을 얻어서이다. 여전히 그녀의 직업은 알바이지만, 2년계약 결혼의 위상은 어쩌면 달라질지도 모른다.

반면 지호를 위로하던 친구들의 현실은 오히려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계약연애에,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수지는 모처럼 두 눈이 반짝이는 일을 찾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꿈을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다. 모텔을 전전하는 연애는 그녀를 비혼주의자로 만들고.

더 어려운 건 호랑이다. 서른 줄 7년의 연애, 자수성가한 사업가를 꿈꾸며 만난 연하 남친은 아직도 이십 줄이며 자수성가의 꿈은 여전히 옥탑방에 머문다. 사랑을 한다지만 결혼이라는 현실 속에서 호랑이 원하는 모성 욕구는 벽에 부딪치고 만다. 앱 개발이라는 일확천금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그녀를 위해 선택한 새로운 직장은 원하는 가정을 꾸리기엔 미흡하다. 새마을운동 하던 시대를 지나 산업역군의 시대에 가진 것 없이도 결혼하고 아이 낳고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이전 세대는 상상할 수 없는, 2017년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의 욕망과 꿈은 이렇게 옥탑방에서 좌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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