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야구장에서 직접 관전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탁 트인 녹색의 그라운드가 화려한 야간 조명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고, 알록달록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달리는 야구장에 앉아 시원한 맥주와 함께 즐기는 것만큼 짜릿한 일은 없습니다. 야구는 108개의 실밥의 새하얀 공이 어떤 궤적으로 그라운드의 어느 곳에 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야구장을 처음 찾는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것은 드넓은 야구장에 비해 야구공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것입니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로 향한 뒤,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찾을 수 없습니다. 우선 타자가 공을 맞혔는지, 즉 타격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으면 십중팔구 공은 포수의 미트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심판이 한 쪽으로 몸을 틀며 콜을 하면 스트라이크이고, 가만히 있으면 볼입니다. 하지만 타자가 공을 맞히지 못해도 포수가 투구를 잡지 못하는 일도 있는데, 만일 루상에 주자가 있다면 폭투, 혹은 패스트 볼이라 하며, 한 베이스 이상 진루할 수 있습니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렀다면, 공이 방망이에 맞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공이 방망이에 맞지 않았다면 헛스윙 스트라이크이고, 맞았다면 그라운드 어딘가로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선 뜬공, 즉 플라이 볼인지, 땅볼 타구인지, 아니면 잘 맞은 직선타구인지 가늠해야 합니다. 타구의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야수들의 시선과 움직임입니다. 내야 땅볼일 경우 내야수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처리하려 하고, 내야를 벗어나는 타구라면 외야수들이 움직입니다. 타구가 떨어지는 지점이 그라운드 안에 떨어지는 페어인지, 밖으로 떨어지는 파울인지 여부도 판단해야 합니다. 관중석으로 파울 타구가 날아온다면, 초보 팬들은 맨손으로 잡으려 하기보다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야수들이 바삐 움직이면 안타가 될 확률이 높은데, 왜냐하면 야수들은 타구를 빨리 처리해 타자와 주자가 한 베이스라도 더 진루하는 것을 막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타구가 날아가도 야수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야수 정면으로 날아와 아웃 처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예 잡을 수 없는 안타이거나 담장 너머로 날아가는 홈런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응원 팀의 홈런을 야구장을 찾은 첫날 목격했다면 운이 매우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홈런이 터져 다른 관중들은 모두 환호해도, 당신은 야구공의 궤적을 놓친 채 주위 사람들에게 공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두리번거리며 묻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루상에 주자가 있다면 투수가 내야수를 향해 공을 던지는 일도 있습니다. 이를 견제라 합니다. 도루를 비롯해 상대가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견제구는 그야말로 ‘견제’를 위한 것이지만, 때로는 견제를 통해 주자를 아웃 처리하는 일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견제 능력이 뛰어난 투수와 도루 저지 능력이 뛰어난 포수, 그리고 발이 빠른 주자와의 대결을 즐기는 수준에 오른다면 야구를 보는 눈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만일 투수의 견제가 주자가 아닌,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깨닫는다면, 상당한 안목에 도달했다는 의미입니다.

야구에 대한 안목이 트이면 투수의 투구가 홈 플레이트를 지나 포수의 미트로 들어가면, 구심의 판정보다 먼저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며, 보다 내공이 쌓이면 구속의 차이를 바탕으로 직구와 변화구를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 체인지업까지 구분할 수 있다면 일정한 수준에 올랐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자신의 판단이 구심의 판정과 다를 경우 이의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포수의 위치와 미트 질, 그리고 관중 본인의 위치에 따라 시각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투수의 투구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DMB를 휴대하여 함께 관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투수의 구질을 현장에서 읽는 수준에 도달하면 타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도 순간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타격의 순간 타구가 좌우, 혹은 센터 라인으로 날아갈지를 판단하는 것은 물론, 뜬공이 될지 땅볼이 될지 안타가 될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타자의 배트에 맞는 순간, 저릿한 손맛을 느낀 타자와 함께 동시에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투수가 손에서 공을 놓는 순간, 구질과 로케이션을 예측하고, 타자의 타격까지 예측하는 경지에 오른다면, 이 글을 읽은 기억조차 말끔히 잊을 것입니다. 아마도 ‘왜 이리 뻔하고 시시껄렁한 글이 다 있어.’라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골수 야구팬도 야구장에서 타구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 헤맸던 초보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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