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숙종 전하께 또 하나의 별명이 붙고 말았다. 단군 이래 최초의 쪽집게 과외선생이 바로 그것. 치졸한 방법으로 동이를 쫓아내려 했던 감찰부 최고상궁은 중전의 단호한 문책으로 경질되고 새로운 최고상궁이 부임했다. 다분히 중전의 사람일 새로운 최고상궁은 동이와 자신이 데려온 은금(한다민)에게 사흘 말미를 주고 시재를 치르겠다고 한다.

사흘에 책 한 권을 뗀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하늘같은 중전과 약속도 했고 동이 스스로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당장에 쫓겨날 줄 알았던 동이는 천신만고 끝에 얻은 재시험 기회를 꼭 통과하기 위해서 밤새워 독학을 한다.

그때 홍반장 숙종이 이번에는 관복을 하고 면학중인 동이 앞에 등장한다. 아직 초보궁녀 동이가 궁궐 조직에 대해서 잘 모르는 탓에 한성부 판관이 승정원 숙직을 선다고 뻥을 치고는 시험 전날 쪽집게 과외를 해준다. 숙종이 동이를 승정원에 데려온 것은, 이곳이 왕의 비서실 기능을 담당한 곳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통제하기가 수월한 탓이다.

숙종은 시험과목인 중용장구를 훑어가면서 중요한 문구를 콕콕 찍어준다. 그러다가 동이가 찝는 문구에 대해서는 시험에 나오지 않을 거라며 무시하라고 한다. 이 정도면 거의 확신에 가까운 예상문제라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아니나 다를까 재시험에서 동이가 뽑아든 문제는 숙종이 찍어준 바로 그 문제들 속 하나였다. 이쯤 되면 사전 시험문제의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

과연 숙종은 동이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것일까? 무소불위의 왕이라면 가능한 일이기는 한데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선 궁궐의 각종 시험제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필자가 가진 역사 지식으로는 그것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상상력을 발휘해본다면 궁궐 내 각종 승급 시험에도 소위 유형이 있었을 거라 짐작해볼 수는 있다.

궁녀들의 승급을 위한 시험에 대한 사료를 찾지는 못했지만 일반 과거에는 요즘의 학원 같은 사교육이 존재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궁궐 내 시험에도 기출문제라든가 유력문제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설마 왕이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도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있다. 14회 예고에서 동이가 숙종에게 달려가자 임금 복장을 한 숙종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숙종의 코스프레 놀이가 들통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과연 이번에도 숙종이 기지를 발휘해 초보 궁녀 동이를 속여 낼지 아니면 이대로 신분이 드러내서 그동안 알콩달콩한 재미를 주었던 동숙커플의 몰래 데이트를 더 이상 못 보게 될 지가 무척 궁금해진다. 아마도 대부분의 시청자는 아직은 숙종과 동이의 몰래 데이트에 좀 더 탐닉하고 싶을 터인데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궁금하다.

사실 동이가 궁녀가 된 탓에 이제 돼지 껍데기 데이트 같은 거리 데이트는 불가능해져서 아쉬워 하는 시청자들을 깜짝 놀래킨 것이 관복을 입고 공부하는 동이를 찾은 숙종이었다. 그러면서 불꽃놀이 데이트에서는 로맨틱한 모습을 보였던 숙종이 이번 과외선생을 자처해서는 공부를 가르쳐 준다면서 은근히 동이의 손을 잡는 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스토리 전개에 따라서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는 숙종과 동이의 몰래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 동이의 빼놓을 수 없는 시청 포인트라는 점에서 숙종의 코스프레는 좀 더 이어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병훈 감독의 결정은 무엇일까? 결과는 14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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