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측이 다급해진 모양이다. 정치보복 프레임이 통하지 않자 동귀어진의 협박카드를 꺼내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자료를 인질삼아 다가오면 터뜨린다고 협박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14일 JTBC <뉴스룸>이 보도한 MB 최측근 인사와의 인터뷰가 전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적폐청산에 수사에 대한 MB측의 초조함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군 댓글공작 등의 사건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물론 더 묵직한 사자방 비리는 먼발치서 대기 중이다. 급기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향해 자신을 향한 의혹제기 등이 정치보복이며, 국론분열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혐의들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그러자 MB측의 초강수 대응까지 등장했다. 14일 MB의 최측근 인사의 말을 인용한 JTBC 보도에 따르면 “6개월 정권 잡은 사람들이 MB에 대해 더 많이 알겠나, 5년 정권 잡았던 우리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 더 많이 알겠나”라는 협박성 발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아픈 손가락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협하는 기존 보수야당의 방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역효과가 난 협박이었다. 노무현 자료의 존재 유무를 떠나 MB측의 혐의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만에 하나 노무현 정부의 엄청난 비리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MB의 혐의를 덮을 수는 없다. 지금의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살리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혐의를 덮어줄 리가 만무하다. 국정원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만 검찰은 아니며 현 정부에 불만인 검찰은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결국 협박성 인터뷰는 오히려 MB에게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그쳤다. 동귀어진의 비장한 상황을 기대했으나 자백밖에 되지 못한 그림을 그리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 자료의 존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MB측의 협박에 무게감이 전달되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분명했다면 논두렁 시계 등 무리하게 언론플레이를 통해 망신주기 식의 전술은 굳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자료가 있다는 ‘너 죽고 나 죽자’식의 전략은 불러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진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결정적인 자료가 존재한다면 이를 언론에 흘리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그런 자료가 있다면 자신에 대한 혐의를 피하기 위한 카드로 쓸 것이 아니라 당당히 꺼내 역사 앞에 진실을 기록하게 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명백해지는 혐의에도 정치보복 운운하더니, 측근은 있는지 없는지 모를 미상의 자료를 통해 동귀어진의 뉘앙스로 수사를 막아보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수식이 아깝고 부끄러울 수준의 대응에 불과하다. 만약 자료가 있다면 자신의 혐의를 덮기 위한 거래용으로 쓸 것이 아니라 모두 공개하고, 자신의 의혹에 대해서도 당당히 수사를 받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전직 대통령의 자세일 것이다.

한편 JTBC와 인터뷰한 해당인사는 구체적인 자료의 존재와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라고만 답했다고 한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5시간 동안 참모회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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