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3명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청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넘긴 혐의로 남재준·이병호에 이어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했다. 검찰의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전해진 14일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보수매체는 사설을 통해 일제히 "상관명령을 어길 수 없었을 뿐"이라며 "모조리 엄벌하겠다는게 정상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검찰은 15일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3인 전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5일 사설에서 "이들이 모조리 감옥에 가는 것은 혁명 상황이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들의 혐의가 혁명 상황을 방불케 할 만큼 중대한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관진 전 안보실장의 구속을 함께 언급하며 "이 정도 혐의를 갖고 싹쓸이하듯 감옥에 넣겠다고 하는 것은 법 집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11월 15일자 사설 '국정원장 3명 안보실장 2명 전원 구속 추진, 지금 혁명 중인가'. 오피니언 39면

원세훈 전 원장과 김관진 전 실장은 국정원과 군 부대를 활용해 '댓글공작'을 벌여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 중이다. 조선일보는 "김관진 전 실장이 구속된 것은 결국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이 4년간 달았던 78만 개 댓글 중 8600개 때문"이라며 "하루평균 10건도 안 되는 댓글들이 무슨 여론 조작 기능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관련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하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밝힌 댓글 8600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사이버 사령부 심리전단장이었던 이태하 씨에 대한 2심재판에서 불법댓글로 인정된 9000여개의 '네이버' 댓글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는 2014년 이뤄졌던 국방부 자체조사에 근거한다.

지난 8월 KBS파업뉴스를 통해 양심 선언을 한 당시 사이버사령부 고위간부 군 댓글 부대가 주로 공작 활동을 했던 포털사이트는 '다음'이다. 군이 '다음'에 올린 댓글은 전부 삭제돼 증거로 수집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SBS보도에 따르면 군 사이버사령부는 전체 요원에게 민간인 명의 수집을 지시했으며 최소 300개의 민간인 아이디를 도용해 공작을 핀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댓글의 갯수를 떠나 국가기관의 수장이 정치개입을 목적으로 국가기관을 활용해 공작을 편 것은 심각한 문제다. 김기현씨 증언에 따르면 국정원은 매달 25만 원을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댓글 활동의 대가로 지급했다. 지난 10월 국방부 재조사TF 중간수사결과에서도 국정원의 사이버사령부 예산 지원은 사실로 드러났다. 국정원과 군이 공모해 '댓글공작'을 벌였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중앙일보 11월 15일자 사설 '직전 국정원장 3명 전원이 처벌받는 비극적 풍경'. 오피니언 34면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전직 국정원장들의 수난과 몰락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다"며 "권력자에 의해 기용돼 관행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싸잡아 법적 책임을 묻는 건 법적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관의 명백히 위법한 명령인 때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이대며 왜 지키지 않았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범죄에 가담한 적극성과 자발성 등의 정도를 참작하는 게 법치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구속된 전 국정원장들에 대한 정상참작을 촉구했다.

동아일보 11월 15일자 사설 '前정권 국정원장 셋 다 구속하면 누가 웃을까'. 오피니언 35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정원 특활비 유용 행위는 과거정권에서도 있었던 관행"이라며 "처벌하다면 돈을 요구한 대통령을 엄하게 처벌해야지,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던 국정원장을 구속까지 할 사안인가"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노무현 정부를 과거사례로 제시했다. 동아일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김만복 국정원장은 대통령 선거 하루 전에 '기념 식수 표지석'을 설치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방북했고, 후에 방북 시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 등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지금과 같은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면 적지 않은 불법적인 행위와 자금 유용이 있었겠지만 김 전 원장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추정과 가정을 근거로 한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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