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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설기현, 그래도 박수 받아야 하는 이유[블로그와] 김지한의 Sports Fever
김지한 | 승인 2010.05.03 11:25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안정환의 골든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8강행을 결정짓는 골이자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통쾌한 헤딩골이었기에 이를 지켜본 온 국민의 마음은 통쾌함과 짜릿함, 그리고 감동을 느끼며 오래도록 기억하고, 또 추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명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후반 42분에 터진 설기현의 동점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침착하게 왼발로 때려 이탈리아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을 꼼짝 못하게 한 골은 승부를 극적인 순간으로 몰고 갔고, 결국 한국 축구는 물론 한국 현대사(史)에도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 프랑스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박지성의 골에 간접적인 도움을 준 설기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후반 36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들어가다가 골문 쪽을 향해 날카롭게 올린 크로스를 키가 큰 조재진이 헤딩으로 떨궈 주고, 박지성이 문전으로 달려들면서 오른쪽 구석을 가르는 골을 성공시키며 1-1 동점을 만든 것입니다. 설기현의 크로스가 없었다면 조재진의 헤딩도 없었을 것이고, 결국 박지성의 감각적인 골도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해 인상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던 설기현(포항)이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는 결국 뛸 수 없게 돼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허정무 대표 팀 감독이 지난 달 30일 발표한 남아공월드컵 본선 예비엔트리 30명 명단에 설기현이 제외됐다고 밝히면서 "정상적인 몸 컨디션이 아니기에 발탁할 수 없었다. 애석하다"며 이에 대한 이유와 생각을 말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월드컵 본선 출전을 위해 재활에 매진하고, 어렵게나마 훈련에 복귀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블로거의 예상에도 밝힌 바 있지만 최근 경기를 갖지 않은 점이 약점이 되기는 해도 풍부한 경험과 설기현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월드컵 본선에서 충분히 통하는 면이 있기에 예비엔트리에는 일단 이름을 올리고,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경기를 뛰지 않은 선수를 엔트리에 넣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면서 설기현을 엔트리에서 제외했습니다. 설기현의 질주를 또 한 번 보고 싶었던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감독의 결단을 이제는 이해하고, 또 존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유럽 진출의 물꼬를 튼 선수로서 10년 동안 유럽 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던 설기현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풀럼에서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많이 뛰고 경기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는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해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서른 줄에 접어들어 자신을 응원했던 팬들을 위해서 K-리그에 입단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선수로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에 뛰는 것을 간절히 바라며 그는 축구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은 잇따라 그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큰 전환점을 통해 꿈을 이루려 했지만 오히려 좌절만 겪은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최대로 몸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서 재활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팀 훈련에도 기적처럼 복귀하며 "몸 상태는 전혀 문제가 없다.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며 마지막까지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결국 설기현의 의지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펼친 설기현의 그 모습만큼은 충분히 인정하고 박수 보낼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 축구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싶어 하는 그러한 도전 정신만큼은 진심으로 눈물겹게만 느껴지고, 참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허 감독 역시 의지를 무차별적으로 꺾었다기보다는 과거 올림픽대표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설기현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직 31살이기에 적어도 4-5년은 최고의 실력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선수고,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할 선수인데 이번 월드컵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어쨌든 이번 탈락으로 날개가 꺾인 설기현이지만 앞으로 K-리그에서 보다 더 많은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팀에도 더 공헌해서 '한국 축구의 진짜 레전드(legend, 전설)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또 기회가 되면 월드컵 이후 6개월 뒤에 열리는 아시안컵에 출전해 51년 만의 우승에 공헌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지한  talktoji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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