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예비엔트리 30명이 지난달 30일에 발표됐습니다. 전보다 한층 더 젊어지고, 체격도 좋아졌으며, 무엇보다 해외파가 많아 어느 팀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모든 선수들의 면면 하나하나가 다 주목받을 만 하지만 그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를 꼽는다면 바로 골키퍼 이운재(수원)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운재는 이번 월드컵 본선 출전을 통해 월드컵 개인 통산 4회 출전의 기록을 세우며, 홍명보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갖고 있는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됩니다. 최근 경기력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대표팀 선수로 활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할 만 한 가치를 갖고 있는 선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지난 1986년 이후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축구. 물론 월드컵 토너먼트 전에 진출한 것은 2002년 단 한 차례에 불과하지만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한국 축구의 위상을 밝혔던 선수들의 땀방울 하나하나는 오늘날 경쟁력 있는 한국 축구를 만드는데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1986년 이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되며, 어떤 선수가 가장 오랫동안 출전한 기록을 갖고 있을까요.

▲ 월드컵 통산 한국인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는 홍명보 (사진-대한축구협회, 김지한 2006)

대한축구협회의 '주요국제대회참가결과'에 있는 통계자료를 통해 블로거가 조사해본 결과, 1986년 이후 지금까지 134명이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가운데, 실제로 1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는 75명으로 나타나 본선 엔트리에 오른 선수 가운데 약 60%만이 '진짜 주인공'으로 월드컵 무대를 빛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통산 500분 이상을 뛴 선수는 14명으로 조사됐으며, 경기 출장수가 5회 이상 되는 선수는 2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뛴 선수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였습니다. 홍명보는 1990년 월드컵에서 3경기 풀타임을 뛴 것을 시작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무려 16경기를 뛰면서 1377분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 대단한 것은 1990년, 1994년, 1998년 월드컵까지 3개 대회 연속 풀타임 활약했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 전까지 모두 12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는 저력을 과시했다는 점입니다. 꾸준한 자기 관리와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뒤를 따르는 선수는 '거미손' 이운재였습니다. 이운재는 1994년 미국월드컵 독일전에서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 투입돼 월드컵 데뷔를 한 것을 시작으로 2002, 2006년 월드컵을 풀타임 활약하며, 1002분을 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홍명보와 함께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이'하게 1000분 이상을 뛴 선수이며, 10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며 이번 월드컵에서 홍명보와 타이를 이루거나 그 이상의 연속 경기 출장을 넘보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캡틴박' 박지성(맨유)이 2002, 2006년 월드컵에서 모두 10경기, 906분을 뛴 것으로 나타났으며, '캐논슈터' 유상철이 1998, 2002년 월드컵에서 10경기, 842분을 뛰며 활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월드컵 본선에 3회 출전한 '황새' 황선홍 현 부산 감독이 실제 출장 시간은 의외로 밀린다는 점이었는데요. 황선홍은 10경기에 출장해 박지성, 유상철 등과 동률을 이뤘지만 597분을 뛰어 안정환(617분)에 이어 통산 11위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교체 멤버로 출장하거나 선발로 출전한 뒤 교체된 경기가 있어 활약한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 한국 축구의 공격, 수비의 핵이었던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과 박경훈 제주 감독이 500분 이상을 뛴 것도 흥미롭습니다. 김주성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풀타임 활약한 것을 비롯해 1990년, 1994년 월드컵에서도 매 경기 출전하는 등 총 9경기에 걸쳐 734분을 뛰어 7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박경훈 역시 1986년 월드컵과 1990년 월드컵 1차전 벨기에 전까지 4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는 등 6경기 519분을 뛰며 14위에 자리했습니다.

500분 이상을 뛴 선수 14명 가운데는 2002년 월드컵에서 활약한 멤버들이 12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박지성과 이영표, 이운재, 안정환(617분), 김남일(572분)은 이번 월드컵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려 출전 기록을 더 늘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한 대회에서 전경기 풀타임을 뛴 선수는 평균 21명으로 나타나 3-4명 정도의 비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86년 월드컵에 골키퍼 오연교, 박경훈, 박창선, 정용환 등이 풀타임 활약했고, 허정무 현 대표팀 감독과 차범근 수원 감독도 풀타임 활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3-4위전까지 총 7경기를 치러 풀타임을 뛴 선수가 2명에 그쳤지만 송종국(수원)이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유일하게 풀타임을 뛰며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지난 독일월드컵 때는 박지성과 이운재, 최진철이 풀타임을 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대회에 활약한 선수가 그 다음 대회에도 출전한 경우는 2006년 독일월드컵 때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02년 4강 신화를 세웠던 멤버 10명이 독일월드컵에도 활약해 원정 첫 승의 쾌거를 또 한 번 이뤄냈습니다. 반면 1994년 월드컵 때는 전 대회에서 뛴 선수를 새로 기용한 것이 5명에 그쳐 가장 혁신적인 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랫동안 국가대표를 뛰는 것만큼 운동선수에게 자부심이 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국가대표에 들어도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이 되기 위한 또다른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가운데서 꾸준한 자기 관리로 오랫동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분명히 박수칠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는 '월드컵 경험자'들 가운데서 특히 500분 이상 뛴 5명의 선수에게 우리는 더욱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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