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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관람가] 박광현의 ‘거미맨’, 17년의 로망으로 자본을 넘어서다[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7.11.13 18:35

5회를 맞이하여 네 번째 단편영화 제작에 돌입한 <전체관람가>는 '단편영화 활성화'를 위한 영화감독들의 외도라는 취지를 넘어 매회 새로운 기록,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 장윤철 감독이 실사 영화와 게임의 콜라보를 시도했는가 하면, 에로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봉만대 감독은 가족영화를 찍고, 이원석 감독은 노래방 뮤지컬이라는 신장르를 열었다. 그리고 이제 네 번째 영화의 주인공 박광현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2000억이 든다는 ‘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를 15분짜리 단편영화에 담는다. 

제작비 3000만원, 불가능해서 가능해진 블록버스터 품앗이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3000만원 초저예산의 단편영화와 블록버스터라는 이 모순된 조합. ‘영화는 산업’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 대체적인 담론이 된 현실에서, 애초 액션물을 하고자 했지만 제작비로 인해 '노래방 뮤지컬'이라는 신장르로 급선회한 이원석 감독처럼, 주어진 제작비는 영화 자체를 규정한다. 그런데 박광현 감독은 애초에 '3000만원이 판타지다'라며, 과감하게 그 돈으로 제한된 제작 환경을 뛰어넘어 버린다. 3000만원의 한도 내에서라는 현실적 조건에 구걸과 협조로 대응하며, 17년간 하고자 했지만 '투자'라는 벽에 막혀 이루지 못했던 박광현 감독의 로망을 단편영화라는 틀에 과감하게 담아내버린 것이다. 

감독은 말한다. 아마도 장편이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단편영화 활성화의 취지와, 단 3일의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들이 <웰컴 투 동막골(2005)>, <조작된 도시(2017)>를 함께했던 스탭들과 유명 디자이너, 심지어 밥차까지 '노력과 자본'을 십시일반 동원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불가능한 제작비가 꿈을 실현시킬 품앗이의 기반이 된 것이다. 박광현 감독은 제작지원을 받은 엑스트라 100명과 제작비 3000만원으로 세팅한 현장 외에, 무려 카메라 3대의 지원과 의상, 미술, 제작 과정의 모든 사람들의 도움과 밥차 등등의 '구걸'을 통해 15분짜리 단편 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 

영웅이 못생겼다면?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하지만 12일 방영된 박광현 감독의 <거미맨>을 그저 제작비를 넘어선 품앗이라는 지점의 신기록으로만 기억해서는 아쉽다. 오히려, 거기서 진짜 로망은 일찍이 90년대 장준환 감독의 <방구맨>, 김곡, 김선 감독의 <드릴 소년>과 같은 기발한 상상력의 계보에 놓여있지만, 결코 투자받을 수 없는 비운의 B급 히어로물의 구현에 있다. 또한 그보다 더 투자받기 힘든 '불편할 정도의 직관적 현실 묘사가 투영된' 뚝심 있는 현실반영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묘미다. 

외모 지상주의를 주제로 선택한 박광현 감독은 대작 <스파이더맨>의 패러디에 기반한 오늘의 '적나라한 투영'이다. 실제 항문에서 거미줄이 분사되는 거미가 히어로물 주인공이 되어 손에서 거미줄이 발사되는 <스파이더맨>과 달리, 박광현 감독의 히어로 <거미맨>은 항문에서 거미줄이 나온다. 또한 늘씬한 몸매의 히어로대신, 늘씬하고 잘생긴 건 악당에게 양보하고 배나오고 팔다리 가는, 심지어 가면을 벗었는데 대머리가 땀에 가닥가닥 절어있는, 얼굴은 '시나노'급의 현실 아저씨 영웅이 등장한다. 심지어 그가 초능력자가 되는 과정도 어린시절 동네 또래들에게 집단 이지매를 당하면서이다. 

젊음의 성소 클럽, 그곳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자신의 잘생김만을 믿고 못생긴 여성 파트너를 발차기로 날려버리며 '클럽의 수질관리'를 탓하는 악당의 등장. 그 소란에 불만을 표출하던 과객과 클럽의 주인은 가면을 벗은 그의 멀끔한 외모에 비난을 '감탄'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그에게 신체적 학대를 당하던 여성의 못생김에 오히려 '악당'을 응원하기에 이르는데... 그때 암전과 함께 하늘에서 등장한 황금빛 거미.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하지만 현실은 항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미줄에 의존해 궁색하게 내려오는 것도 모자라, '주관적 액션'에서는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멋짐을 한껏 발산하지만, 현실은 그를 악당으로 오인한 경찰들과의 아저씨들 동네 떼싸움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영웅. 거기에 그만 가면까지 벗겨지고 만다. 

영화의 정점은 가면이 벗겨졌어도 여전히 '정의'를 수호하려는 거미맨과 악당의 1:1 대결장면. 클럽에 모인 사람들은 분명 악당이 보인 나쁜 행동의 목격자였음에도, 그의 잘생김에 매료되어 악당을 응원한다. 그가 거미맨을 처박을 때마다 클럽에 울려 퍼지는 환호성.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 초라하고, 거기에 영웅연했지만 악당에게 무참하게 짓밟혀 더 불쌍해진 거미맨 앞에, 그의 이름 '수호'를 부르며 나타난 첫사랑. 

영화가 끝난 후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 '엄청난 뚝심'답게, 박광현 감독은 3000만원의 판타지로서의 단편이 가진 기회에 타협하지 않고 굳건한 주제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묵직한 판타지 영웅물을 탄생시킨다. <거미맨>은, 박광현 감독은 묻는다. 늘 이겨야만 혹은 '우생학적 적자'만 주목받는 세상에서, 영웅은 무엇일까? 의도는 가졌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영웅은 가치가 없는 것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며, 제작비의 신화를 넘어선 '외모 지상주의' 세상에 화두를 남긴다. 

<거미맨>은 겨우 15분짜리 단편영화인데, 마치 한 시간을 넘는 장편영화를 본 듯한 감상의 무게를 남긴다. 굳이 이명세 감독이 지적한 '단편영화의 폼에 장편영화를 끼워 넣은 듯한 한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5분을 통해 보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도전과 주제의식이 <전체관람가>의 도전을 무한하게 확장했기 때문이리라. 한국의 자본주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편, 단편이기에 풀어낼 수 있었던 박광현 감독의 <거미맨>은 단편의 위상을 새롭게 부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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