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어제의 대패로 3연패에 빠진 LG가 오늘 경기에서 9회 초 2사 후 동점을 이루며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끝내기 패배로 4연패에 빠졌습니다. 최근 경기에서 LG는 잔루가 많고 실책으로 무너지며 연패했는데,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LG는 1회 초부터 4회 초까지 매 이닝 출루했지만 득점에 실패하며 2회 말 최정에 내준 2점 홈런으로 끌려갔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1회 초 2사 만루에서 이병규가 범타로 물러나며 선취 득점에 실패한 것입니다. 2사 1, 3루에서 조인성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으며 만든 만루 기회를 얻었는데, 조인성의 볼넷은 고의 사구성이 아니라 승부를 하려 했지만 SK 선발 엄정욱이 제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조인성이 볼넷을 얻은 순간 포수 박경완이 고개를 갸웃거린 것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병규는 과감히 초구를 노렸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병규는 초구 높은 직구를 흘려보낸 후, 2구 바깥쪽 낮은 볼에 파울로, 카운트가 2-0으로 불리해지자 3구 체인지업에 2루 땅볼로 물러났습니다.

일본 프로야구까지 경험하고 타격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던 베테랑답지 않게 수 싸움에서 밀렸던 것입니다. 과연 이병규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박경완의 미세한 고갯짓까지 읽고 타석에 들어선 것인지 의문일 정도로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이병규에게 상대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고 볼로만 승부하는데, 이에 쉽게 방망이를 내면서 타구 질도 좋지 않아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병규도 나이를 감안하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6번 타순으로 밀린 이병규는 4회 초 선두 타자로 나와 삼진으로 물러난 후, 4회 말 수비에서 안치용으로 교체되었는데, 이병규에 대한 박종훈 감독의 신뢰와 인내도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5피안타 3볼넷 2실점의 선발 김광삼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지만, 5이닝만 마무리 짓고 강판된 것에는 다소 의문입니다. 김광삼의 투구 수가 69개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6회 말까지 끌고 갔더라면 하는 결과론적인 가정을 해봅니다. 2회 말에 홈런을 허용한 이후 흔들렸지만, 3회 말부터 5회 말까지 병살타 2개를 잡아내는 등 매 이닝을 세 타자로 마무리하며 초반의 난조를 극복하고 호투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6회 말에는 박정권을 제외하면 모두 우타자였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물론 3번 타자 박정환의 타석에 대타 김재현이 투입될 수도 있었지만 2점의 여유를 감안하면 출루를 허용한 뒤에 오상민을 투입해도 늦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6회 초 작은 이병규의 적시 2루타로 역전한 직후 오상민을 조기 투입한 것이, 좌타 박정권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을 허용하면서 패착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김광삼이 강판된 후, 오상민을 비롯한 필승계투진이 모두 조기 투입되었고, 이것이 오카모토의 8회 말 무사 1루에서의 조기 등판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습니다. 연패로 쫓기는 기분이었겠지만, 현재 LG의 불펜 투수들이 긴 이닝 동안 리드를 지켜줄만한 투수는 없고 짧은 이닝을 나눠 던져야 한다는 점에서 김광삼의 조기 강판이, 오카모토의 조기 등판과 끝내기 홈런 패전으로 귀결된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프로 10년차인 올 시즌까지 통산 홈런이 단 2개에 불과했던 조동화에게 이틀 연속 홈런을 허용한 것 역시 코칭스태프와 배터리가 되짚어 볼 문제입니다.

오늘도 오지환은 실책을 범하며 3경기 연속 실점과 연결되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9회 초 2사 후 조인성의 동점 적시타가 터졌기에, 오지환의 실책이 패배와 직결된 것은 아니지만, 만일 오지환이 8회말 1사 2루에서 김재현의 타구에 실책을 범하지 않았다면, 조인성이 다리 사이로 흘린, 동점을 허용하는 폭투도 나오지 않았을 지도 모르고, 9회 초 조인성의 적시타는 역전타 혹은 승리를 확인하는 쐐기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두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오지환의 실책은 그처럼 뼈아픕니다.

결국 LG는 이번 주 4연전에서 모두 패했는데, 어제의 참패를 제외하면 모두 1점차의 아쉬운 패배였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LG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부정적으로 보면 고비를 넘지 못한 것입니다. 삼성은 연패에 시달리던 지난주에도 선동열 감독이 5할 승률 아래로 처지지 않았다며 여유를 보였고, 이번 주 반전하며 4연승했는데, 이는 삼성이 다년 간 상위권에서 승률을 관리하는 방법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알고 있다는 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LG는 지난 7년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바 없으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승률을 관리하는 방법을 몸에 익히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작년 5월 8연승 이후 4연패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는데, 올해 역시 현시점이 고비입니다. 연승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다 SK에게 스윕당했다는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LG는 여전히 4위이며, 5할 승률에서 -2밖에 되지 않습니다. 내일이 휴식일이라는 점과, 주중 3연전 상대가 작년 시즌부터 자신감을 갖게 된 두산이라는 점도 다행입니다. LG는 4월 둘째 주 주말 3연전에서 두산을 상대로 1승 1무 1패를 거둔 이후, 삼성과의 3연전을 리버스 위닝 시리즈로 가져가며 6연승의 바람을 탄 적이 있습니다. 마침 두산 역시 넥센에게 리버스 루징 시리즈를 당하며 선발과 중간 모두 무너지는 부진한 모습입니다. 따라서 LG는 봉중근과 김선우가 맞대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화요일 경기에서 어떻게든 연패를 끊어야 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중반 이후 보여준 타선의 집중력이라면 충분히 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LG에 필요한 것은 연패에 빠졌다는 좌절감보다, 최강 SK를 괴롭히며 만만히 않은 저력을 확인했다는 자신감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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