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항상 개그가 불편했다. 그래서 힘을 가졌을 때는 찍어 눌렀고, 그러지 않을 때에는 으름장이라도 놓는다. 그런 시간들이 흐르면서 한국의 개그는 풍자를 잃고 약자를 괴롭히는 가학적 슬랩스틱으로 전락했다. 그렇지만 권력의 성격에 따라 풍자를 하거나 금지당하는 과정 속에서 개그맨들의 민첩함은 늘 정권의 기울기보다 먼저 움직여왔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면서 다시 풍자와 개그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근래의 개그는 전처럼 시청률을 움직이지 못했다. 풍자의 수준이 뉴스를 따라잡지 못한 때문인데, 어쩌면 그 상황 자체가 시대를 관통하는 풍자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한편 풍자에 나선 개그맨들은 여전히 뒤탈을 염려해 수위를 조절하는 자기 검열의 습성화도 풍자 전성시대를 맞지 못한 이유가 될 것이다. 풍자 개그를 하지만 어쩐지 개운치 않은 두려움이 개그맨들을 주저하게 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연합뉴스

그런 가운데 국정감사에서 개그콘서트의 풍자를 비판하며 개선을 촉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럴 때마다 ‘정치가 개그보다 웃기다’는 식상한 관용구를 다시 인용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도 풍자에 공을 들이는 개그맨들의 사기를 북돋아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개그콘서트 코너 중 유민상의 주축으로 이끌어가는 <퀴즈카페>를 집중 공격했는데, 가만 들어보면 그 말들이 결국엔 자신들을 향한 것이라는 사실에 또 다시 “정치가 개그보다 웃기다”는 말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러는 것은 거의 셀프디스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미국 방송을 보면 트럼프를 조롱하는 게 대유행이다. 적어도 지식인이면 현재 집권한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문명사회 선진국 방송 아니냐”고 따졌는데, 풍자의 기본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풍자는 권력을 향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무조건 권력을 비꼬는 것은 풍자가 아니다. 권력이 잘못했을 때 그것을 비트는 것을 비로소 풍자라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힘을 가져서 풍자되는 것이 아니라, 역대 최저 지지율에 허덕이는 불편한 권력이기 때문이다.

KBS2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또한 무엇보다 개그맨들은 권력이 아니라 대중의 관심사를 풍자하게 된다. 그래서 <퀴즈카페>에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도,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의 사진을 걸어놓고 싫은 순서대로 말하라고 하는 상황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사진으로 대체했다면 청중의 웃음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풍자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것을 넘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개그의 소재까지 강제한다는 인상을 비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게 나오는지 기다려 보겠다”며 자기 입맛에 맞는 방송내용을 주문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방송검열을 넘어 제작에 개입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또한 “공영방송은 모든 사람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마치 블랙코미디와 다르지 않다. 지난 9년 간 공영방송에 불편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오죽하면 기자들이 시민들에게 쫓겨나기까지 했겠는가. 그렇게 자신의 허물을 못 보고 남을 지적하는 것이 또한 풍자의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왜 자기들만 풍자하냐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취임 6개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그맨들은 청중과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온도를 빠르게 감지한다. 자유한국당이 궁금해 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풍자는 그 지지도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7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니 풍자를 해봐야 먹히질 않는다. 그러나 만약 대통령이 잘못하고, 지지율이 지금의 자유한국당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말하지 않아도 개그맨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부를 풍자할 것이다. 풍자는 권력 그 자체가 대상이 아니라 권력의 모순과 부조리에 뒤따르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풍자가 불편하다고 무조건 막아버리려는 과거 습관은 이제 좀 버려야 할 것이다. 풍자는 정치인에게 숙명과도 같은 것이며, 풍자를 피하는 방법은 정치를 잘하는 것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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