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세영(김민서 분)은 걸스카우트가 너무나도 하고 싶다. 아무래도 언니 선영(박지후 분) 때문인 것 같다. 세영의 눈에 선영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다. 선영은 세영이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걸스카우트도 하고 형편을 이유로 세영의 요청을 칼같이 거절하는 엄마(이미정 분)도 선영 부탁이라면 끔찍이 들어주는 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곤 하는 세영은 언제나 혼자다.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 둘째딸로 자란다는 것.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 그중에서도 90년대 중후반 초등학교를 다닌 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김현정 감독의 단편영화 <나만 없는 집>(2017)이 5년 만에 미쟝센 단편영화제 대상작으로 선정된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특히 여성 관객이라면 극중 세영을 보면서 마치 내 이야기인 양 마음 아파하는 애틋한 영화다.

영화 <나만 없는 집> 스틸이미지

넉넉하지 못한 형편 탓에 맞벌이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부모님은 모든 자식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없다. 이때 대부분의 부모님이 취하는 선택은 한 자식한테 '몰빵'이다. 만약 남자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가 몰빵 혜택을 받을 거고, 여자아이들만 있다면 거의 큰 딸에게 그 수혜가 돌아간다. 아무래도 큰 아이는 집안의 기둥이니까, 둘째딸들은 위에 오빠가 있든 언니가 있든 늘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나만 없는 집>의 세영은 어릴 때부터 외로움에 익숙한 인물이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세영은 혼자다. 아무리 외로움에 익숙한 인물이라고 해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늘 자신과 함께해줄 누군가를 찾는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를 찾아가 그녀에게서 자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받지만 세영은 다시 혼자로 남는다. 오히려 세영은 집에 혼자 있는 게 편해 보일 정도다.

영화 <나만 없는 집> 스틸이미지

<나만 없는 집>의 세영은 어떻게 자랐을까. <나만 없는 집>은 김현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사적 영화인 셈이다. 그래서 디테일하게 다룰 수 있었던 세영의 상황들이 계속 목에 박힌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들, 세영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아프고 외로웠을까. 훗날 어른이 된 세영이 그런 부모를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릴 적 박혔던 상처는 쉽게 아물기 어렵다.

그런데 세영은 어린 나이에 그 상처를 혼자 감당하는 법을 익혔고, 자신이 겪는 외로움이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고자 한다. 세영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데, 그 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의 무게는 너무나도 커 보인다. 그래서 <나만 없는 집>이 아리고 시리게 다가온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상처를 후벼 파는 것처럼. 만약 할 수 있다면 영화 속 세영을 꼭 안아주고 싶다. 지금은 혼자이지만, 세상에는 널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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