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 극진한 환대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고 트럼프는 막대한 경제적 실리를 챙겼다. 이들 3개국은 자국을 방문한 트럼프를 파격적인 의전 등으로 한껏 추켜세우면서 미국에 경제적 선물 보따리를 챙겨주는 공통점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카드와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앞세워 한중일에서 수백조 원대의 경제적인 실리를 챙겨 영악한 사업가 대통령 기질을 보여줬다.

트럼프는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군 비행장 영접, 청와대 전통의장대 행사 등과 함께 83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 수십억 달러의 미국 무기 구매 약속 등을 챙겼다. 중국은 천안문 광장, 자금성에서 트럼프를 황제로 예우하면서 미국과 280조 원 규모의 경제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아베 총리는 저자세 외교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트럼프를 환대하면서 미국산 무기 구입과 이방카 펀드 기부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하며 귓속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중일이 파격적인 우대를 한 것은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발언이나 힘을 앞세운 미국 최우선주의 등을 우려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된다. 트럼프는 이번 해외 순방을 앞두고 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집권 1년차로는 최저의 3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자신의 대선 캠프 인물 3명이 기소되는 등 정치적 입지가 최악의 상태였다.

그래서 그가 아시아 순방에서 북핵 문제에 폭발적인 수준의 발언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예상과 달리 트럼프는 경제적 실리를 듬뿍 챙겼다. 그가 사업가 출신으로 미 유권자들은 경제가 최대의 관심사라는 점을 십분 고려한 결과로 미국내 여론 호전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트럼프가 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북한 위협을 강조하면서 전례 없는 영접을 받고 화려한 주인공 행세를 하는 것과 달리 미국 내에서 그에 대한 대통령 자질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8일 성명을 통해 행정부의 핵무기 사용 권한에 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면서 청문회 개최 배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선제공격 위협을 둘러싼 논란임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이 청문회에 대해 <미국의소리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실상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의회 승인 없는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 법안과 대북 선제공격 금지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이번 순방에서 미국의 북핵에 대응하는 미국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거듭 확인됐다. 경제, 외교적 압박과 함께 미국의 전략 무기를 동원한 군사적 우위 과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트럼프는 또한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없다는 것도 강조했는데 문 대통령이 거듭 ‘한반도에서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고 언급한 것과 함께 미국의 대북 정책 윤곽이 선명해진 셈이다.

시진핑 주석은 미중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두 나라가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견지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며 ‘중국은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견지하고 한반도 문제에 소통과 협력을 유지할 것’이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은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미국 항공모함 3척의 합동 훈련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 언론은 미국의 과도한 대북 군사적 압박은 북한을 자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이 핵잠수함 등 첨단 무기를 구입할 방침을 밝히면서 북한에 대한 한미의 대북 압박 공조는 가중되면서 향후 남북 관계는 호전될 가능성이 좀 더 멀어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북한과 관련한 외교는 지속하지만 대북 외교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당분간 북미 직접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를 먼저 밝혀야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른바 ‘쌍 중단’을 해결책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미국을 사정권 안에 두는 핵과 미사일 완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 최강임을 앞세워 외국에 대해 가차 없는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데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미국의 경제적 실리 챙기기에 북한을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미국이 향후 외교 군사적 갈등을 미국의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북핵 등 한반도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이 외교, 군사적인 자주권을 확보해 문제 해결의 지렛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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