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막을 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2강 조 별 예선에서 K-리그가 '아시아 최강'의 실력을 과시하며 순항을 거듭했습니다. 이번에 출전한 전북 현대, 성남 일화, 포항 스틸러스, 그리고 수원 삼성이 저마다 속한 조에서 1-2위에 랭크돼 K-리그가 이 대회에 출전한 사상 처음으로 모든 팀이 16강에 올라간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출전 팀이 16강에조차 올라서지 못했던 현실에서 벗어나 지난해 포항이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올해도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 것입니다.

비교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나라 리그들과 비교해도 K-리그의 수준은 단연 돋보입니다. 이웃나라 일본 J리그가 가시마 앤틀러스와 감바 오사카만 진출하고, 중국 C리그에서 베이징 궈안만 올라갔을 뿐 나머지는 모두 탈락해 대조를 이뤘습니다. 또 중동 역시 이란 정도만 3팀이 16강에 올라 체면치레 했을 뿐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팀 알 이티하드 조차 탈락하는 아픔을 맛보며, 두 팀만 16강 진출 팀을 배출시키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K-리그 팀 전체가 올라간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4팀 모두 동반 8강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된 것도 호재가 되고 있습니다. 16강전에서 성남과 포항은 감바 오사카, 가시마 앤틀러스와 각각 맞대결을 펼치게 됐고, 수원은 베이징 궈안과 상대하게 됐습니다. 또 전북 역시 호주의 애들레이드와 맞대결을 펼치게 돼 경우에 따라 8강에서 K-리그 팀 간 맞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잘 하면 AFC 챔피언스리그가 K-리그 잔치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K-리그가 선전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는 지난해 포항의 우승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K-리그 구단들은 포항이 지난해 우승을 통해 우승 상금 등의 이익을 챙긴 것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대외적인 이미지 재고 효과를 얻은 것을 보고 인식을 달리 하게 됐습니다. 챔피언스리그가 당장 '황금알을 낳는 거위'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그로서의 위상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덕에 리그보다 챔피언스리그에 올인 하는 모습도 종종 비춰지기 시작했고, 좋은 순위 레이스를 펼친 끝에 전원이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그런 쾌거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축구팬은 의외로 많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클럽 축구 최강을 가리는 대회임에도, 국가대항전을 그렇게 좋아하는 나라임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클럽 챔피언십에 수많은 관중이 들어차고, 공중파 중계도 심심치 않게 했던 것도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성적은 최고지만 여전히 관심이 저조한 현실은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 달 말, AFC는 챔피언스리그가 날이 갈수록 흥행하고 있다면서 48경기 만에 50만 관중을 돌파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란에 6만 여명의 관중이 찾았고, 중국 역시 평균적으로 2-3만 명이 경기장을 찾았다면서 사례를 제시했지만 한국은 평균 이하인 7-8천여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원과 포항은 그나마 1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성남은 국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후 경기에서 관중이 찾아 이 수치에 변동사항이 있기는 하겠지만 경기력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아시아 최고를 지향한다면서 여전히 많은 관중이 찾지 않는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관중이 오지 않는 이유로는 관중이 많이 찾을 수 있는 주말이 아닌 퇴근 시간대인 평일 날 저녁에 경기가 열리고, TV, 인터넷 등에서 많은 홍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프로야구도 평일 저녁에 1만명 이상이 들어차고, 이번에 출전한 네 팀 모두 프로야구 연고팀과 중복된 팀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저 핑계거리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프로야구에 밀려 TV 중계조차(마지막 경기는 이틀 연속 생중계가 있었지만 모두 프로야구 경기가 비로 순연되면서 대체 편성됐던 중계들이었습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인터넷 중계에도 관심을 갖는 곳이 별로 없었다는 것은 K-리그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팬들에게 씁쓸함만 가져다줬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 버금가는 불꽃 튀는 접전과 '한일전', '한중전'같은 흥미 거리가 많은데도 많지 않은 관중, 그리고 저조한 관심에 AFC 관계자들은 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관중수가 관심도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숫자가 적어도, 열렬히 응원하고 팀을 지지하는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희망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경기장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고 그로 인해 팬들과 선수가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K-리그 뿐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다함께 볼 수 있다면 그만큼 K-리그의 국제적인 위상이나 인지도 면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적은 최고인데 텅 빈 홈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뛴다면 '아시아 챔피언'의 위상에도 맞지 않는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적만큼이나 보다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단이나 K-리그 연맹, 그리고 이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매체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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