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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우울했던 4월 가요계의 승자[블로그와] 들까마귀의 통로
들까마귀 | 승인 2010.04.29 11:42

천안함 사태로 무려 한 달간 강요된 침묵이 이어진 우울했던 4월 가요계였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특이한 상황이 더 유리한 조건일 수 있었던 몇몇의 승자들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이들의 성과는 현재 한국의 가요계 기형적인 형태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스타를, 인기 가수를 만들었고 그런 포장이 사라졌을 때 그것이 얼마나 취약한 모래위의 성이었는지를 금세 드러나게 해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중파에서 가요가 사라진 한 달간의 공백은 의도하지 않은 묘한 의미를 주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4월의 주인공은 시크릿입니다. 이 똘망똘망한 아가씨들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묘한 측면 승부를 꾀했던 것이죠. 사실 4월 초반에는 소녀시대의 런데빌런이 장악했고, 그 뒤를 이어 비와 이효리라는 거물 솔로 가수의 컴백으로 이들이 돌아가며 각종 차트를 점령했으니 실제로는 음원이나 음반 판매의 어떤 공식 집계에서도 선두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결방을 했을 뿐이지 집계는 계속 진행하고 있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1등의 자리는 바로 이들, 원래 잘나가던 1인자들의 차지였습니다.

   
 

하지만 시크릿에게 필요했던 것은 맨 앞의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런데빌런의 아쉬운 부진, 비와 이효리의 파급력이 기대를 밑도는 상황에서, 그녀들은 잘빠진 노래 'Magic'을 무기로 후크송의 귀로 중독되는 매력을 십분 이용하며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 혹은 전혀 기대하지도 못했던 비상의 급상승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수가 누구인지 몰라도 노래나 괜찮으니까 소비되는, 그래서 남들이 다들 뒷걸음질을 치는 동안 가능했던 성공인 셈이죠. 더 이상 새로운 자리가 없을 것만 같던 걸그룹의 포화상태를 비집고 그들 중 하나로서 자신들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인식시켰으니까요.

그 정도가 뭐 그리 대단하냐 할 수도 있겠지만 경쟁자들에 비해 힘이 달리는 약소 기획사 출신으로 이렇게 경쟁을 뚫고 나온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하루가멀다하고 관련 기사로 언론을 장악하는 홍보능력, 각종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지도 확산을 노리는 섭외능력, 가장 기본적인 힘이 되어줄 팬덤의 형성을 효율적으로 보조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경험 등등, 실제로 아이돌의 성공은 그들이 어느 소속사에서 데뷔하느냐에 따라 이미 그 성공여부가 상당부분 결정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유력하지 않은 소속사에서 한발 늦게, 어쩌면 거의 끄트머리에서 출발한 시크릿이 두 번째 미니 앨범만에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은 그녀들에게는 분명 경축할만한 일이에요.

   
 

그만큼, 이젠 성공가도를 걷고 있는 카라가 떠난 생계형 아이돌의 자리를 탐내고 있는 그녀들에게 이번 미니앨범 활동은 그룹의 명운을 건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한선화의 백치미를 앞세워 인지도 상승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 개인의 인기와 지지도이지 정작 시크릿은 여전히 무명에 가까웠었죠. 하지만 발음은 좀 엉성해도 듣기에는 당당한 딱 기분 좋은 멜로디와 적당한 중독성을 가진 노래 ‘Magic'으로 그녀들은 다음 전진을 위한 의미 있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계속 반복하는 노랫말처럼 어머어머를 연발하며 놀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젠 더 이상 새로운 자리는 없을 것만 같던 걸그룹 홍수 속에서 이제 간신히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입지를 만든 것이죠.

물론 여전히 그녀들에게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후크송의 짧은 중독성은 벌써 힘이 떨어지고 있고, 천안함 사태 추도 국면이 종결되고 묶여있던 각종 프로그램들이 열리기 시작하면 막대한 물량 공세로 전파를 도배할 경쟁자들의 힘에 비해 시크릿은 여전히 열세에 놓여 있으니까요. 게다가 여전히 그녀들이 다른 쟁쟁한 라이벌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진 그룹인지, 한선화 개인의, 그것도 별로 아이돌스럽지 못한 백치미의 인지도를 제외하면 어떤 장점이 남는지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녀들의 예상치 못한 소박한 성공은 그룹 스스로의 힘이라기보다는 노래의 생명력이 점점 더 짧아지고, 가수의 능력보다는 보다 많이 노출되고 그 유명세와 인기가 또 다른 히트를 반복시키는 현재 가요계에서, 그런 활동이 잠시 멈추었던 4월의 침묵기가 가져다준 작은 선물 같아 보여요. 하지만 달리 말하면 운도 실력이고 기회도 준비한 자에게만 오는 법이긴 합니다.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제 걸그룹의 판도에는 신생 그룹 시크릿의 특이한 행운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가  하나 더 생겼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들까마귀  raven13@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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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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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mfem 2010-05-02 14: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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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mfem 2010-05-02 13: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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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mfem 2010-05-01 0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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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mfem 2010-05-01 00: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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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mfem 2010-05-01 0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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