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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니, 은조 말못하는 아이처럼 울었다[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04.29 07:44

결국 두 자매의 아버지 구대성은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뜬금없는 낮술대결을 벌인 은조와 효선은 연구실에서 쓰러져 자다가 갑작스런 비보에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그녀들의 아버지는 야속하게도 그 잠시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오열하는 효선과 강숙, 그 뒤에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멍해질 수밖에 없는 은조와 기훈이 서 있다.

기훈은 자기 잘못으로 대성이 죽었다는 자책으로 괴로워하고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이름을 차마 부를 수 없어 거절했던 은조는 자리를 빠져나와 인적 없는 곳에 쭈그려 앉아 운다. 은조가 또 운다. 제기랄 그 여린 은조를 또 울렸다. 그렇지만 대성의 죽음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의 죽음 후에 벌어질 은조와 효선의 관계를 강하게 암시하는 장면이 앞서 전개되었다.

그것은 곧바로 신데렐라 언니 즉 효선의 언니 은조의 미래를 결정짓는 단서이기도 할 것이다. 효선의 아버지와 대성도가 그리고 기훈까지 모든 것을 다 빼았을 수 있지만 구대성 때문에 그러지 않는다는 은조의 말은 잔인할 정도로 슬픈 대사였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 모든 것을 효선에게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후에 은조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지.

   
 

26살쯤의 은조는 딱 두 번 마음을 열었다. 그 처음이 고등학생 시절의 기훈이었다. 그러나 말없이 사라져버린 기훈으로 인해 은조는 그 후로도 변함없이 어둡고 냉소적인 모습으로 살아야 했다. 기훈이 떠났을 때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본 적 없어서 기훈의 이름 대신 자기 이름을 부르며 울었던 은조였기에 대성에 죽음 앞에서도 움츠려들었다. 효선이 아빠라고 크게 울부짖는데 반해 은조는 어두운 계단에 옹송거리고 앉아 아.아.아 하고 울어야 했다.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어린 아이처럼 은조는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아빠를 차마 부르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아 다음에 ‘빠’ 한자만 더하면 되는 간단한 것을 은조는 끝내 부르지 못할까?  어릴 적 떠난 기훈과 달리 아버지 대성의 죽음은 또 다른 은조의 절망이며 고통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작가가 적어도 아버지라는 말 한마디는 부르게 해주지 않을까 은근한 바람도 갖게 된다. 그리 어려운 것 아니지 않는가.

은조가 처음으로 사람에게 마음을 연 대상이 기훈이었고 남자가 아닌 아버지로서의 대성이 그 다음일 수도 있지만 처음을 뛰어넘는 복잡한 감정을 갖게 한 장본인이다.

지난주 대성은 은조에게 마치 자신의 죽음을 알고나 있는 것처럼 8년간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털어놓았다. 8년이나 지난 후에야 겨우 자신을 아버지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평소와 다른 모습에서 이미 그의 죽음은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신데렐라 언니는 처음부터 그랬지만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다.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새드엔딩이니 해피엔딩이니의 구분조차 무의미할 정도다.

   
 

겉으로 은조를 괴롭히는 것 같은 효선도 불행하고 흔치 않게 마음을 다독인 세상의 둘밖에 없는 사람들을 모두 잃어야 하는 은조의 절망은 단연 으뜸이다. 효선에게 기훈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는 은조의 모습은 연기를 뛰어넘은 설움의 표현이었다. 끝까지 말 하지 못하고 눈물 때문에 고개를 돌려야 하는 은조는 기훈을 처음부터 포기할 생각은 아니었다.

효선이 구대성의 딸이기 때문에 포기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그 처음은 포기한다고 포기되는 것이 아니다. 기훈에게 딱 잘라 거절하고 돌아와 자기 방에서 눈물을 쏟는 은조도 그랬다. 대성으로 인해 기훈을 포기할 수 있었는데, 그 대성의 느닷없는 부재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실이지만 지금까지 모든 감정을 닫고 살아온 은조로서는 여전히 드러낼 수 없는 아픔일 뿐이다.

대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기훈의 일을 모르는 효선은 은조를 원망하게 될 것이고 은조는 그 죄책감에 또 떨게 될 것이다. 아버지 대성에 대한 애정과 그 자책감으로 인해 효선의 질투는 증오로 바뀌고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부대끼게 될 은조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효선에 대해서 여전히 차갑고 날카롭게 대하겠지만 기훈을 거절하고 돌아와 자기 방에서 소리 죽여 울듯이 또 그렇게 홀로 아파할 은조의 벙어리 아픔이 안쓰럽기만 하다.

한편 사전 제작분이 모두 동난 신데렐라 언니의 허술한 부분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해서 아직 반 이상 남은 일정이 다소 걱정된다. 대성의 죽음의 계기가 되는 기훈의 전화가 그런 것 중 하나인데, 그렇게 비밀스러운 통화를 사무실에서 일반전화로 한다는 것이 너무 허술한 설정이다. 그것이 몰고온 엄청난 결과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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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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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mfem 2010-05-01 01: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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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mfem 2010-05-01 00: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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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mfem 2010-05-01 0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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