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초심을 잃지 않는 <바디 액츄얼리> (10월 28일 방송)

On Style <바디 액츄얼리>

온스타일 <바디 액츄얼리> 첫 방송 주제는 생리대였다. 그리고 3개월 뒤, 지난 28일 방송된 12회 주제도 생리대였다. 정확히 얘기하면, 생리대 대안품이었다. <바디 액츄얼리>는 일회성 방송에서 멈추지 않고,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했다. 하나의 이슈를 일회성으로 소비하지 않고 계속해서 주시하는 근성이 돋보였다.

단순히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을 논하고 대안품의 종류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회용 생리대가 유해하다면 대안품은 마음 놓고 써도 괜찮은 것인지, 괜찮다면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를 꼼꼼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사전에 ‘생리대 얼리버디’를 모집해 면 생리대, 유기농 생리대, 생리컵 체험 실험까지 진행하면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방송의 신뢰도까지 높였다.

On Style <바디 액츄얼리>

생리컵을 비롯한 다양한 생리대 대안품을 체험한 여성들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고, 라이브로 네티즌들의 질문을 받는 자리는 쌍방향 소통 방식이었다. “생리컵을 한 번 빼서 세척하니까 괜히 찝찝해서 다시 넣기가 싫었다”는 등 직접 써본 사람만이 얘기할 수 있는 생생한 경험담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튜디오에 나와서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셀프 카메라를 설치하고 생리컵을 넣는 모습, 면 생리대를 삶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생리대 대안품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은 정보가 많이 없고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 그래서 얼리버디의 체험이 더욱 빛을 발했다.

생리컵을 넣는 게 힘들진 않은지, 격한 운동을 해도 생리컵이 빠지진 않은지, 방광이 눌려서 소변이 자주 마렵지 않은지, 어떤 생리컵 모양을 쓰는 것이 덜 새는지, 잘 때 사용해도 안 새는지, 샤워할 때는 생리컵을 빼야 되는지 등 어디서도 물을 수 없었던 질문들이 <바디 액츄얼리> 한 회를 구성했다. 얼리 버디들이 경험담을 공유하는 동안, 산부인과 전문의도 중간 중간 조언을 해줬다. 생리컵으로 인해 질 내벽이 상처입진 않는다든지, 질염이 있는 상태에서 사용할 경우 골반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든지. 얼리버디들의 개인적인 경험담이 궁금증을 해결해줬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의 조언은 대안품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On Style <바디 액츄얼리>

“본인에게 맞는 생리용품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어쩌면 교과서 같은 결론을 내기 위해 이렇게나 세세하고 꼼꼼한 정보를 준비한 것이다.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바디 액츄얼리>의 실험은 유의미했다.

이 주의 Worst: 신인 홍보냐 논란 재점화냐 <더 유닛> (10월 28일 방송)

실패와 재도전.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인 Mnet <슈퍼스타K>마저 지난해 방송 이후 더 이상 새 시즌 논의가 없을 정도로 레드 오션이 된 상황에서, KBS2 <더 유닛>이 내세운 히든카드는 ‘실패’와 ‘재도전’이었다. 가수가 꿈인 사람들이라는 포괄적인 범위를 좁혀서 ‘한 번 실패한 아이돌’을 대상으로 재도전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다.

물론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아이돌 출신 도전자들이 나오긴 했지만, 그들만을 주인공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그래서 가수 비가 처음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출연했고, 선배 심사위원들의 절반 이상이 현역 아이돌 멤버였다.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

첫 회는 신인 아이돌 홍보 혹은 전직 아이돌 논란 재점화로 요약될 수 있다. 가수 비는 <더 유닛>에 대해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다시금 기회와 여건을 줘서 본인의 능력을 표출할 수 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더 유닛>의 첫 번째 출연자는 데뷔 3개월 차 걸그룹, 두 번째 출연자는 데뷔 5개월 차 보이그룹이었다. 과연 데뷔 3개월 차, 5개월 차 신인 아이돌 그룹이 무대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놓고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데뷔 3개월 차 아이돌 그룹에게 무대에 설 기회가 부족한 건 슬프지만 당연한 현실이 아닐까. 아직 실패냐 성공이냐를 논하는 것조차 시기상조다. ‘실패’라기보다는 아직 ‘무명’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과정에 가깝다.

물론 신인 아이돌 그룹이 퇴장한 뒤, 정말 <더 유닛>에 어울리는 출연자들이 연이어 등장하긴 했다. 데뷔 10년 차 아이돌 그룹이지만 사실상 공중분해된 유키스의 멤버 준을 시작으로 달샤벳, 브레이브걸스, 라붐 등 그룹 자체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적었던 출연자들이 나왔다. 그렇게 <더 유닛>만의 색깔을 찾아가는가 싶었으나, 초창기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자주 써먹었던 ‘사연팔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직 헬로비너스 멤버 인터뷰 영상을 짧게 보여준 뒤, 곧바로 탈퇴한 전직 아이돌들에 대한 악플 자료화면을 내보냈다. 그리고 스튜디오에 등장한 출연자는 과거 ‘왕따설’, ‘불화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걸그룹 티아라의 전 멤버 한아름이었다. 한아름의 무대를 보기도 전에 인터뷰 영상이 나갔고 거기서 탈퇴의 이유를 거론하면서 ‘팀 내 불화’가 언급됐다. 불화설뿐 아니라 신병설, 정신과 병동 입원까지 털어놓았다.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

티아라의 한아름은 <더 유닛>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출연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나온 출연자 중 가장 유명한 걸그룹 출신인데다 가장 뜨거운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으로서는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간절함’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부각시켜줄 수 있는 효자 출연자이기도 했다.

제작진의 욕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 데이식스 멤버였던 임준혁 탈퇴 관련 기사를 자료 화면에 내보내면서 굳이 ‘팬이랑 진짜 사귀었냐’는 헤드라인에 빨간 색으로 밑줄을 그어서 강조했다. 정작 본인에게 해당 루머를 해명하거나 반박할 시간은 주지 않았다.

과거 논란을 굳이 지금 다시 끄집어 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간절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간절함은 그들의 무대만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작진의 몸부림이 시청자들에게는 그저 피곤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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