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한국패션산업연구원 50대 책임행정원 손 모 씨가 쿠키뉴스 김 모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손 씨와 김 기자는 한국패션센터 대관 문제를 두고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모 기자는 "취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과정에서 대구시에 감사 요청을 하는 등 취재를 넘어서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한 김 모 기자는 보도를 통해 자살한 손 모씨가 돈을 받고 특정 업체를 봐주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 씨가 남긴 글에는 김 모 기자와 있었던 일들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김 기자가 한 업체의 행사장 대관을 요청했는데, 손 씨가 이미 계약된 업체가 있어 거부했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김 기자가 손 씨의 상관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실장을 만나 손 씨에게 전화를 거는 등 압력이 들어왔다는 내용이 요지다.

김 모 기자는 지난달 1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손 씨가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한국패션센터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16일 쿠키뉴스에 게재된 <한국패션센터가 개인 건물? '갑질' 도 넘었다> 기사에서 "대구시의 보조금까지 지원받아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수탁 운영하고 있는 한국패션센터가 개인 건물처럼 변질 운영돼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라면서 "책임행정원 S씨가 16년 동안이나 대공연장과 대회의실 등 대관업무를 도맡아 운영,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특정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등 각종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쿠키뉴스 김 모 기자는 "최근 본지가 패션센터의 다목적공연장의 임대를 문의하자 센터 측은 '최근부터 내년 4월가지 대관이 꽉 차있기 때문에 대관은 불가능하다'며 '대관 현황도 이미 대관을 신청한 업체의 피해가 있을 수 있어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터무니 없는 답변을 늘어놨다"고 보도했다. 또 손 씨가 대관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성의 표시'를 받기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쿠키뉴스 김 모 기자는 한 차례 더 손 씨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고, 손 씨는 김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자신이 근무하던 패션센터 지하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패션센터의 대관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 사건의 발단은 특정 행사를 진행할 곳을 찾던 A업체가 한국패션센터에 대관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웨딩 등을 전문으로 하는 A업체는 박람회를 열기 위해 행사장 대관을 문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업체는 한국패션센터에 인터넷으로 대관 신청을 했고, 며칠 후 대관을 담당하던 손 씨가 대관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대관이 불가능 했던 이유는 앞서 B업체가 대관을 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B업체는 2년 전부터 한국패션센터에서 1년에 4회 베이비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B업체 관계자는 "저희가 2년 전부터 패션센터 대관을 알게 돼, 1년에 4번 정기대관을 신청했다"면서 "그런데 A업체에서 근래에 손 차장님에게 대관을 해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A업체가 B업체의 대관이 겹치는 시점에 대관을 해줄 것을 요구했고, 손 씨는 이를 받아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씨와 대관업무를 진행했던 B업체 관계자는 "저희가 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날짜에 A업체가 패션센터에서 행사를 한다는 온라인 광고를 올렸다"면서 "그래서 저희가 손 차장님에게 항의를 했는데, '나는 대관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하셨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B업체 관계자는 "쿠키뉴스에서 마치 손 차장님이 돈을 받은 파렴치한 직원인 것처럼 써놨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감사하다고 명절에 상품권을 드리려고 해도 일절 받지 않으시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5000원 짜리 점심을 먹어도 자기 카드를 긁는 분이었다"면서 "그걸 마치 뒷돈을 받은 사람처럼 기사를 써놨다"고 말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미 근 반 년 전에 예약을 신청한 업체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뒤늦게 A업체가 와서 해달라고 하면서 이런 갈등이 벌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께서는 업무처리를 아주 정상적으로, 원칙대로 했는데 문제를 야기시킨 분이 무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사를 작성한 김 기자는 "우연히 아는 사람으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는데, 문제라고 생각해 취재를 했다. 대관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제보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A업체에서 인터넷으로 대관 신청을 했는데, 열흘 뒤에 손 씨가 A업체에 전화 '당신 대관 안 된다. 대관하려면 나에게 얘기해야지 왜 인터넷으로 하냐'고 했다고 한다"면서 "일반적으로 행사장은 인터넷으로 대관신청을 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취재를 했고, 취재 과정에서 전화통화를 한 것"이라면서 "대면하고 내가 억압을 했다면 할 말이 없는데,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연구원 이사장을 만나고 대구시에 감사요청하고, 원래 기술직인데 17년 동안 인사를 내지 않는 등 잘못된 것들이 있어 취재를 했다"면서 "통화를 하다보니 서로 언성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괴롭히거나 폭언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