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탐정 풍산동이가 마침내 기적과도 같은 신분상승의 최소한을 달성했다. 천비에서 생각시의 수련기간 없이 곧바로 궁녀(나인)가 된 것이다. 장희재와의 대화에서도 나왔듯이 이런 동이의 신분변화에는 장옥정의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기는 하지만 500년 조선왕조의 역사상 가장 눈부신 신분상승을 보인 숙빈 최씨를 향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왕실을 무대로 한 많은 사극이 있었고, 자연히 수많은 궁녀들을 보아왔다. 그렇지만 정작 그 궁녀들에 대한 이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동이가 배치될 감찰에 대한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지만 베일에 가려진 궁녀들의 세계를 충분히 그려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이미 대장금을 통해서 궁녀들의 생활이 널리 알려지기는 했지만 복습 삼아 조선궁녀들의 이모저모를 알아두면 앞으로 동이를 즐기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 왕을 가까이서 모시는 지밀상궁과 궁녀

조선왕조에는 보통 500명 정도의 궁녀가 거주했다. 궁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어린 나이에 생각시로 입궐해야 한다. 이 생각시의 나이도 일해야 하는 곳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궁녀 중 최고의 엘리트 코스인 지밀은 가장 어린 4.5살의 나이에 입궁하는가 하면 가장 늦게는 13살에 입궁하는 세답방 생각시도 있다. 지밀 궁녀는 왕의 시중을 드는 업무를 맡기 때문에 아주 높은 교양을 갖춰야 했으며 외모도 뛰어나야 했다. 왕을 가까이서 모시는 지밀 궁녀가 자연 승은을 입기도 수월해 궁궐 내에서는 가장 격이 높았다.

조선의 궁녀는 처음부터 근무처가 정해진다. 아주 어린 나이에 생각시로 입궁하면 일반 궁녀와 한 방을 쓰며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된다. 한편 동이가 일하게 될 감찰방은 보통의 궁녀들의 업무와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는데, 이들 감찰은 궁녀들의 근태와 소행을 감시하고 평가하게 된다. 근태와 소행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근태와 소행은 해당 부서 상궁이 해도 충분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요소가 있기 때문에 감찰궁녀가 필요한 것이다.

먼저 근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궁궐 내 불문률이 있다. 그것은 환관이나 궁녀들은 조정대신들의 이름을 알면 안된다는 것인데, 그것은 뒤집어 보면 그만큼 궁녀들과 조정대신들 간의 결탁이 심했다는 뜻이 된다. 앞서 말한 대로 모든 궁녀들의 꿈인 승은은 지밀궁녀들에게나 있을 법한 기적이다. 때문에 기타 궁녀들은 승은 대신에 승진을 기대하게 되는데, 그것을 위해서 먼저 선결되어야 할 것이 신분의 보장이다.

▲ 구중심처 궁궐에서 평생을 독수공방해야 하는 궁녀들에게 본능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장옥정이 중궁전 탕약 사건에 누명을 쓰듯이 궁궐 내에는 수많은 중상모략이 들끓었는데, 그럴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조정신료들의 뒷받침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그렇게 해서 무사히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해도 생각시에서 보통 10년, 궁녀에서 다시 35년을 거쳐야 상궁이 되는 험난한 궁궐 생활 속에서 빨리 승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먼저 탈락해야 하고 그 음모를 위해서 또 다시 조정신료와의 연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궁녀와 조정신료와의 정치적 관계를 감시하는 것이 감찰궁녀가 감시하는 근태의 내용이다. 그리고 그보다도 왕실의 존엄을 위해 훨씬 더 엄격하게 감시하는 것이 바로 소행이다. 생각시로 들어와 궁녀가 된 여자가 궁궐을 나가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노동능력을 상실 한 후라야 가능하다. 그렇다고 승은을 입는다는 것은 꿈보다 더 먼 기적이고 궁녀라고 피해갈 수 없는 본능적 욕구에 이끌려 금지된 관계에 빠지게 된다.

궁녀들은 근본적으로 왕의 여자들이기에 왕 이외에는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궁녀들은 자주 환관 ,별감 그리고 같은 궁녀들끼리의 동성애에 빠졌다. 또한 외로움은 궁녀들만의 일은 아니어서 비빈과 관계를 맺는 일도 있었다. 그 유명한 문종의 두 번째 세자빈이었던 폐인봉씨와 궁녀 소쌍의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렇듯 궁녀들의 은밀한 생활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 감찰궁녀의 소임이었다.

▲ 동이와 첫 데이트를 즐긴 숙종. 그는 동이뿐만 아니라 궁녀에게 호의적인 왕이었다

궁녀들에 대한 쉴 틈 없는 정보수집이 필요했던 근본원인은 외로움도 있었겠지만 조선궁녀들이 비교적 여유로운 근무조건에서 일했기 때문이 크다. 지밀의 경우 12시간씩 3교대로 일을 하였고, 기타 궁녀들은 하루 8시간 정도 근무하고 하루를 쉬었다. 때문에 시간은 많았고 그만큼 잡념에 빠질 위험도 컸다. 이런 궁녀들을 그대로 둔다면 온갖 유혹과 일탈에 조선왕조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감찰궁녀들은 이런 궁녀들을 관리하고 감시해왔다.

동이 11회에서 장옥정은 동이를 내명부에 파장을 일으킬 특공대원으로 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그렇기 때문에 감찰궁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궁녀들은 자신이 속한 곳 이외의 출입이 제한되었지만 감시업무를 해야 하는 감찰궁녀에게 그런 제한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아직 풀어놓을 궁녀에 대한 이야기는 더 있지만 앞으로 동이의 행보에 따라 남은 이야기들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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