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경영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상위직급자를 늘리는 등 방만경영을 해왔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또한 고대영 KBS사장은 2015년 감사원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지적을 받았으나 개선 방안을 내부에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고경영자인 고 사장의 책임 방기가 KBS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감사원의 KBS 감사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 2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 "수신료를 폐지하라"는 내용으로 도배됐다.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 달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눈을 감은 채 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1일 KBS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KBS가 상위직급을 과다하게 운영해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KBS는 광고수지 악화 등 경영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상위직급 비율을 해마다 꾸준히 늘려왔다. KBS의 상위직급 비율은 1988년 13.7%에서 2007년 45.1%, 2013년 57.6%를 거쳐 2017년 현재 60.1%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KBS 관리직급 직원의 연봉은 1억 5200만원, 1급은 1억 3800만원, 2직급은 1억 2200만원(갑)·1억700만원(을)이다. 전체직원의 60%가 연봉 1억이 넘는다.

또한 이번 감사결과에 따르면 KBS 상위직급 인력중 73.9%가 무보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 팀 내에서 1직급 2명이 직급이 더 낮은 2직급 팀장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복리후생 상담, 체육관 관리, 전세금 대출과 사후관리 업무 등 평직원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위직급자 10중 7명은 보직없이 평직원업무를 수행하며 높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KBS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211억에서 45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방송광고 수입도 2013년 5793억원에서 지난해 4207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줄었는데도 방만경영을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KBS는 정부가 '과도한 복리후생'이라고 지적한 14개 항목의 복리후생제도를 계속 운영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78억 7000여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KBS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과태료 전액을 외주제작사가 물도록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KBS는 2014년부터 감사가 이뤄진 올해 7월까지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방송법 위반으로 부과받은 과태료 중 책임을 분담해야하는 5320만원 전액을 외주제작사에 청구했다.

KBS 아나운서들의 외부행사 수익도 문제가 됐다. 감사원은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KBS소속 43명 아나운서가 승인없이 영리목적의 외부행사를 나간 경우가 384건으로, 총 8억 7000여만원의 사례금을 개인적으로 수령했다"고 밝혔다. PD나 관현악단 직원 등 KBS직원 55명도 허가없이 외부강의를 나가 총 6억 4000여만원의 대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아나운서·PD 등 총8명에 대해 징계처분을, 94명에게 인사상 제재를 KBS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2008년과 2014년 정기감사에서도 상위직급의 과다운영 문제를 지적했지만 KBS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감사원은 고대영 사장이 2015년 세 차례 걸쳐 이 문제를 통보받고도 개선 방안을 내부에 지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에 대해 고대영 사장에게 주의를 통보하고 2직급 갑·을 정원 별도관리, 과다한 상위직급 비율 축소 등 시정을 요구했다.

한편, KBS에 대한 감사원의 결과 내용을 담은 한 기사에는 2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창은 대부분 "수신료를 폐지하라", "수신료 거부운동을 하자" 등 '수신료 폐지' 내용으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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