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콩FX마진거래에 투자하겠다며 1만2174명으로부터 1조980억 원을 빼돌린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이 정관계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됐다는 정황이 속속 발견되면서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IDS홀딩스의 '공범'으로 지목 받는 것이 있다. 바로 '언론'이다.

▲지난달 17일 IDS홀딩스 정관계 비리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IDS홀딩스 회장 유 모 씨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보좌관 김 모 씨에게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 윤 모 씨를 IDS홀딩스를 담당하는 영등포경찰서로 보내줄 것을 청탁한 인물이다. 유 씨는 이 과정에서 김 씨에게 금품을 건넸고, 김 씨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윤 씨를 영등포서 지능계로 발령냈다. 현재 유 씨는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언론에 대한 로비의 중심에도 유 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 씨가 홍선근 머니투데이 그룹 전 회장을 만나 뉴스1의 IDS홀딩스 비판기사 삭제를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1은 머니투데이 그룹 산하의 뉴스통신사다. 미디어스가 단독 입수한 IDS홀딩스 한 지점장의 영업자 설명회 녹취록에는 이 같은 정황이 담겨있었다.

지난 2015년 6월경 IDS홀딩스 지점장 전 모 씨는 지점의 영업자들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열었다. 2014년 7월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는 733억 원 사기·유사수신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고, 녹취록에는 전 씨가 영업자들에게 기사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상황이 녹취돼 있었다.

설명회에서 전 씨는 영업자들에게 "뉴스1 기사는 사라질 것"이라면서 "회장님(유 씨)도 오셔서 저한테 이야기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 씨는 "회장하고 술 먹었어. 머니투데이 회장하고. 있는 기사 다 내려갈 거야"라고 말한 유 씨의 발언을 영업자들에게 전했다.

"왜 진작에 못했냐"는 IDS홀딩스 영업자의 질문에는 "못한 거다. 하려고 계속 술도 먹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블로그에 퍼져있는 것은 어떡하냐"는 질문에는 "원소스(뉴스1 기사)가 없으니, 뉴스1 기사 출처가 없으니 우리가 '뉴스1 기사 이거 뭐냐'고 항의할 수 있다"면서 "당신들 가공한 거냐. 책임질래. 뉴스1도 내렸는데 법적 조치 취할 수 있다고 워딩 주면 꼬리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에 남아있는 뉴스1의 IDS홀딩스 고발기사 링크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으로 이동한다. (사진=뉴스1 홈페이지 캡처)

뉴스1은 이 사건에 대해 2014년 11월부터 취재를 진행하고 있었다. 2014년 11월 13일 작성된 <'압구정 미꾸라지'의 KR선물 산 회사 대표 사기혐의로 기소>, 2015년 2월 6일 작성된 <김성훈 IDS대표 "733억, 투자가 아니라 단순히 빌린 돈">, 2015년 3월 15일 작성된 <733억 사기 의혹 IDS 김성훈 대표 "사업 정리하겠다">, 2015년 5월 6일 작성된 <IDS김성훈 대표 '폰지사기정황' 드러나…檢, 7년 구형>, 2015년 5월 8일 작성된 <사기혐의 회사대표 투자설명회…취재기자에 폭행 후 "밤길 조심" 협박> 등 5건이다. 이 기사들은 전 씨의 말대로 포털과 뉴스1 홈페이지에서 자취를 감췄다.

IDS홀딩스 회장 유 씨와 머니투데이 그룹과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은 또 있다. 지난 5월 IDS홀딩스 정계 관여에 대해 취재하던 기자에게 유 씨는 "미디어스는 인터넷 매체냐. 거긴 기자가 몇 명이냐. 큰 언론사에 가지 왜 거기 있느냐"고 물은 뒤, "뉴스1이나 머니투데이는 어떠냐. 거기 편집국장과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깊다. 회장도 잘 안다. 내가 말해줄까"라고 회유했다.

이에 대해 머니투데이 관계자는 "그 당시 연합뉴스 건도 있고, (홍선근 회장은) 회장직 사퇴를 준비하고 있던 시점"이라면서 "경황도 없었고 당시 회장 일정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뉴스1에 있던 사람이나 그 분들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뉴스1 관계자는 기사 삭제에 대해 "우리 기자가 IDS홀딩스 설명회를 잠입취재하다가, IDS홀딩스 회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때 경찰도 출동하고 그쪽에서는 무단침입으로 형사적 문제를 삼겠다고 했었다"면서 "당시 우리가 격분해서 폭행 당했다고 기사를 썼는데, 그쪽(IDS홀딩스)에서 변호사도 오고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합의하는 차원에서 기사를 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IDS홀딩스 유 회장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너무 엉뚱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홍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서 그 당시 전혀 관여도 안 하던 시점"이라면서 "그쪽에서 '유력자를 안다' 이런 식으로 그런 차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머니투데이 그룹은 더벨, 뉴스1, 뉴시스, 머니S 등 굵직한 언론사를 보유한 '언론 그룹'이다. 그러나 머니투데이 그룹 계열사의 상당수 간부들이 머니투데이 출신들로 채워져있어 편집권 독립 논란이 있어왔다. 이유식 전 뉴스1 사장은 뉴스1을 떠나면서 사내 게시판에 "머니투데이 2중대가 되지 말라"는 당부를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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