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대영 KBS사장이 자신을 둘러싼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국정원 200만 원 수수의혹'과 관련해 개인 명의가 아닌 KBS 명의로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의 '개인비리 비호'는 명백한 범죄라며 소송 취하를 촉구했다.

고대영 사장은 최근 KBS 명의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로부터 제기된 '국정원 금품수수 및 불보도협조' 의혹에 대해 서훈 국정원장과 정해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고 사장은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KBS기자협회에 대해서도 KBS 명의로 소를 제기했다. KBS기자협회는 고 사장이 보도본부장 시절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진실이 밝혀지면 핵탄두급'이라고 한 임원 회의록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개혁위, 채동욱 혼외자 사건 수사 의뢰 권고' 10월 23일 보도 캡처

KBS본부는 31일 성명을 발표해 소송의 원고가 고대영 사장이 아닌 KBS인 점을 비판했다. KBS본부는 "개인 소송에 회사비용을 쓰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며 "고대영 개인이 저지른 일을 왜 KBS가 소송 당사자로 나서는가"라고 따져물었다.

KBS본부는 "심지어 KBS는 외무 법무법인까지 선임해 소송 비용이 폭증할 것이 명백하다"며 "대법원은 개인이 당사자인 소송의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는 것은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이미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시민의 수신료로 운영된다. 고대영 사장 개인 비리 혐의 관련된 소송에 수신료가 사용되는 셈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2006년 판결(선고 2004도6280)에서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 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는 것이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다"며 횡령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KBS본부는 "'총대 멘' KBS 법무실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법무실은 당장 소송을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을 비호하는 소송 대응의 중심에 법무실이 서 있다"며 "법률전문가들이 모인 법무실이 이런 논란이 일 줄 몰랐을 리 없다. 법무실이 고의성이 매우 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KBS본부는 KBS보도국도 비판했다. KBS본부는 "보도국은 고대영 사장의 해명을 최소한의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KBS 입장으로 둔갑시켜 전했다"며 "보도국은 고대영 사장이 KBS의 보도국장으로서 민주당 도청에 개입하고 200만원을 수수했다고 자인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는 지난 23일 메인뉴스인 <KBS뉴스9>에서 국정원 개혁위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수사 의뢰를 검찰에 권고했다는 리포트 아래에 고대영 사장의 해명을 KBS 입장으로 전했다.

<KBS뉴스9>는 "KBS는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협조를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며 "또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을 당사자에게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언론에 공개한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법적 대응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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