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보통의 셔츠를 입을 때 단추를 끼우듯 세상살이는 그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이 말처럼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난 28일 2017-2018시즌 여자프로농구가 개막했다. 그리고 30일까지 여자프로농구 6개팀은 각자 어느 팀은 홈경기로, 또 어느 팀은 원정경기로 개막전 한 경기씩을 치렀다.

비시즌 연습경기와는 차원이 다른 개막전을 통해 각 팀의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은 올 시즌 초반 판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들을 지켜보는 팬들이나 언론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난 2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리그 공식 개막전으로 펼쳐진 ‘시즌 타이틀 스폰서’ 홈팀 인천 신한은행과 통합 6연패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의 경기는 이번 시즌 신한은행의 약진과 우리은행의 고행을 예상해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에 시종 끌려가는 경기를 펼친 끝에 패배를 당했다.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외국인선수 쏜튼(가운데)이 2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2017-2018 여자프로농구 개막전에서 상대 수비를 뚫고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WKBL제공=연합뉴스]

우리은행은 1쿼터부터 신한은행에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 김연주 등에 3점슛 4개를 허용하며 기선을 제압당했다. 2쿼터에서도 신한은행의 우세가 이어졌고, 우리은행은 전반전을 28-42, 14점 뒤진 채 마감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 2명이 출전하는 3쿼터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했고, 4쿼터 중반 연속 9득점 하며 57-64, 7점차까지 추격했지만 경기 종료 2분 12초 전 김단비의 미들슛에 추격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결국 경기는 59-66, 7점차 신한은행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지난 시즌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후 올 시즌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쏜튼은 24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그레이가 15점으로 제 몫을 했다. 아울러 베테랑 슈터 김연주도 8점을 보탰다. 김단비는 이날 4득점에 그쳤지만 어시스트를 무려 8개나 성공시키며 새로운 에이스의 역할을 찾아낸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비시즌 양지희와 이선화의 은퇴, 김단비의 보상선수 이적에다 외국인 선수 영입까지 난항을 겪으며 우려를 낳았던 우리은행은 우려대로 불안정한 전력을 노출했다.

이 경기를 봤다는 용인 삼성생명의 임근배 감독은 ‘MVP’ 박혜진의 컨디션 문제를 지적했다. 부상으로 대표팀에서도 개점휴업 상태로 있다가 팀에 합류, 몸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한 박혜진이 개막전에서 체력적인 부담을 노출했다는 것이 임 감독의 시각이었다.

두 팀의 평점을 주자면 신한은행 A, 우리은행 C.

그 다음 날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 구리 KDB생명의 경기는 우승후보 KB스타즈의 창단 첫 우승 가능성과 KDB생명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KB스타즈는 29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홈 개막전에서 구리 KDB생명에 73-57, 16점차 승리를 거뒀다.

KB스타즈 박지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KB스타즈의 외국인 선수 다미리스 단타스는 이날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스코어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한편 리바운드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드러내며 22득점 20리바운드를 기록, 개막전부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고, '여자 국보 센터' 박지수는 한층 넓어진 시야와 패스 공급 능력을 선보이며 9득점 18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 단타스와 함께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에서 박지수와 단타스가 합작한 득점과 리바운드는 무려 38득점 39리바운드에 달한다는 점이다. 두 선수의 득점이 이날 팀 득점의 절반을 훨씬 초과했고, 리바운드는 이날 팀 리바운드(60개)의 3분의 2나 나름 없었다.

김은혜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얼마 전 만나 ‘박지수가 올 시즌 리그를 씹어 먹을 것 같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김 위원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다른 5개 구단 가운데 190cm대의 신장을 가진 주전급 센터가 없는 상황인데다, 박지수가 그야말로 농구 자체를 좋아하고 잘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이번 시즌에 박지수의 맹활약이 기대된다는 것.

박지수 자신이 많은 발전을 이룬 상태에서 단타스라는 날개까지 단 형국이라는 점에서 KB스타즈의 위력은 시즌 내내 맹위를 떨칠 전망이다.

KDB생명 역시 이날 가능성을 보인 한판이었다. 비록 스코어에서는 졌지만 구슬과 김시온, 진안, 안혜지 등 재기발랄한 신예들이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KB스타즈 A, KDB생명: B

3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 여자농구단과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농구단의 경기. 2쿼터 삼성생명 토마스(가운데)가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30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KEB하나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경기는 WKBL 역사상 최초의 트리플 더블을 달성한 엘리사 토마스의 활약에 힘입어 76-67, 9점차 승리를 거뒀다.

승패도 갈렸고, 의미 있는 기록도 나왔지만 이 경기를 가지고 평점을 매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기 자체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이날 리바운드에서 삼성생명에게 60-36으로 압도했으나 실책을 무려 20개나 저지르며 5개만의 실책을 저지른 삼성생명에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삼성생명도 주축 선수의 부상이 많았던 탓에 선수들 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들도 보였고, KEB하나은행은 그 나름대로 경험 적은 선수들이 비시즌 기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코트에 제대로 쏟아 붓지 못했다.

경기 직후 삼성생명의 임근배 감독은 “턴 오버가 적었던 것이 승리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KEB하나은행 이환우 감독은 “이제 35경기 가운데 한 경기 치렀을 뿐이다. 비시즌 훈련 잘 소화했기 때문에 계속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생명-KEB하나은행: 평점 부여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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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훈의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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