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약 20일간 진행된 국정감사가 31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종료된다. 그런데 국정감사가 종료되지 않는 국회 상임위가 있다. 바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공영방송 KBS, EBS 국정감사 재진행을 위해 새로운 일정 논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고대영 KBS 사장이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종합감사를 끝으로 2017년 국정감사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26일 자유한국당이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을 빌미로 국감을 보이콧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단과 과방위원들은 26일 오전 7시 50분 과천에 위치한 방통위로 달려갔다. 방통위가 사퇴한 유의선, 김원배 방문진 이사의 후임으로 김경환 상지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선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저지하러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과천으로 향한 바람에 과방위 국감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과방위는 26일 KBS, EBS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특히 KBS의 경우 고대영 사장이 보도 무마를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현금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었다.

자유한국당의 불참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민중당 소속 과방위원들은 민주당 간사 신경민 의원의 사회로 오후 국정감사를 진행하려 했다. 여기서 자유한국당은 꼼수를 부렸다. 26일 오전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향해 호통을 쳤던 신상진 위원장은 갑자기 '아프다'는 이유를 들어 사회권을 자유한국당 간사 박대출 의원에게 넘겼다. 그리고 박 의원은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이유로 국정감사를 정회시킨 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간사는 일정을 재조정해 KBS, EBS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신경민 의원은 "여야 3당 간사가 국정감사 일자를 변경하기로 했다"면서 "별도의 날짜를 택해서 KBS, EBS 국정감사를 할 것이다. 날짜가 합의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실제로 새 국정감사 일정 협상에 나설 것인지 여부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 일정 확정 한 달 안에 국정감사 일정을 변경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 국정감사는 지난 12일에 시작됐다. 내달 10일까지는 협상이 마무리 돼야 한다.

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국감 보이콧의 여파로 여야 간 감정이 고조돼 있어 해빙기가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현재 고대영 사장은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회의 참석을 이유로 중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고 사장은 오는 4일 귀국할 예정이다. 그러면 실질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은 5~10일까지 6일 남았다. 자유한국당이 적극적으로 일정 협의에 나설지 의문인 상태에서 협상할 시간도 많지 않다. 결국 KBS, EBS 국정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